철창 속에 갇힌 전시동물의 권리
철창 속에 갇힌 전시동물의 권리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7.09.26 20:40
  • 호수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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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재욱 기자 wodnr1725@
전시동물, 불안장애로 자기 몸 먹기도 해
동물원법, 동물 복지 위한 조항 적어

전시동물, 위기에 처하다
지난 7월 동물권 단체 ‘케어’는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가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작은 대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시동물의 동물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에버랜드 측은 물 교환 과정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반박해 사건의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 중에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시동물의 동물권 침해 문제는 여러 동물보호 단체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5년 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46개의 동물원과 10개의 수족관이 등록돼있다. 근래 들어 국내 동물원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의 김민수 활동가에 따르면 최근 도심을 중심으로 실내 체험 동물원과 이동 동물원 등 동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 전시동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전시동물은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운 처지에 이르렀다.

전시 공간 속 침해받는 동물권
현재 우리나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 제3조는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으로 동물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동물이 본래 습성을 유지하고 고통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시동물은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국내 전시동물이 열악한 사육환경과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동물원 프로그램으로 인해 신체ㆍ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 및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동물을 열이 잘 흡수되는 콘크리트 사육환경에 전시하는 등 환경이 열악한 실정이다. 실제로 2015년 원주의 한 동물원이 동물의 배설물을 방치하는 등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동물이 악취가 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서식해야 했다. 동물의 번식을 제한하지 않아 사육환경이 포화된 동물원도 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한 동물에 허용된 영역이 좁아질수록 동물들 간의 영역 싸움은 빈번해지고 질병 전염의 위험도 커진다. 2015년 서울대공원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3마리의 사슴·흑염소들을 도축 농장으로 매각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코끼리, 돌고래 등 동물들의 묘기를 관람하는 동물 쇼를 위해 동물은 본능과 다른 컵 옮기기, 손뼉치기 같은 인위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훈련한다.

이러한 사육환경과 프로그램으로부터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전시동물의 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 야생에서 온 동물은 다양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사육환경에서 무료함을 느낀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접촉에 장시간 노출될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김 활동가는 “동물은 자신을 해할 수 있는 다른 종이 접촉해 올 때 커다란 공포를 느낀다”고 전했다. 포식자와 근접한 곳에 전시되면서 심리적 압박을 받기도 하고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 사육장에 혼자 생활하면서 불안해하기도 한다. 동물원에서 재생되는 노래, 기계 소리와 사람 목소리 등 높고 큰 소음도 동물의 스트레스를 가중한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전시동물이 불안 장애를 겪으며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다. 정형행동은 동물이 의미 없는 행동을 일정하게 반복하는 행위다. 정형행동에 걸린 동물은 계속 빙빙 돌거나 심할 경우 자신의 신체를 먹기도 한다.

또한 동물원의 먹이 주기 체험은 동물의 영양 불균형과 장기 이상 등의 신체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동물을 위한 행동(Action For Animals) 단체의 2012년 ‘한국 동물원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이 계속해서 관람객들이 주는 한 가지 음식만을 섭취할 경우 영양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 동물원의 특성상 전시공간이 관람객과 가까워 동물은 관람객들이 주는 과자, 뻥튀기 같은 음식을 먹다가 장에 이상이 오기도 한다.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전시동물
지난해 5월 한국에 동물원이 생긴 지 108년 만에 처음으로 동물원 관련 법안이 발효됐다. 동물원법은 동물원 등록과 관리에 대한 기준을 명시했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들은 동물원법이 전시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김 활동가는 “동물원법에 언급된 문구들이 애매하다”며 이해당사자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동물원법에는 동물 복지를 위해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적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현재의 동물원법은 동물 복지 관련 조항들이 많이 삭제된 상태다. 본래 계획됐던 동물원법의 동물 복지 관련 조항들이 입법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김 활동가는 “동물원법 시행령 제3조에 언급됐듯이 몇 가지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면 동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동물원법에서 요구하는 등록 요건이 허술하기 때문에 동물의 복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열악한 동물원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공영동물원에 대한 국가의 부족한 재정적 지원도 동물의 권리 보장을 어렵게 만든다. 한 공영동물원 관계자는 “동물의 전시 공간에 대한 시설 보수나 환경을 조성하는 부분에서 충분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재정적 문제를 겪게 되면 동물을 관리하는 사육사와 수의사의 인원수를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동물원에서는 총 23명의 사육사가 1400여 마리의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 관계자는 현재 관리 인원들이 잘 해주고 있지만, 더 많은 인원이 충원된다면 동물에게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동물원의 가치는 종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있다”며 열악한 전시환경과 동물 쇼, 체험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전시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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