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촌사람들 - 이탈리안 레스토랑 Casa 14-2 황국미 사장

기자명 박영선 기자 (y1378s@skkuw.com)

집 같은 편안함.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흔히 받을 수 있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여기 인사캠 쪽문에서 쭉 내려가면 이탈리안 레스토랑 Casa 14-2가 있다. “집 같은 편안한 식당을 운영하고 싶었다”는 황국미(41) 씨를 만나봤다. 
 
사진 | 박영선 기자 y1378s@
학우들이 많이 찾는 쪽문 근처 식당가에서 정문을 향해 더 걷다 보면 이탈리안 레스토랑 Casa 14-2가 보인다. 이곳에 들어가자 점심이 다 지난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주방에서 분주히 음식을 만드는 주인 황 씨가 보였다. 생소한 레스토랑 이름에 Casa 14-2가 무슨 뜻이냐 묻자 황 씨는 “Casa가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로 집이라는 뜻이고 이곳 옛 번지가 14-2여서 Casa 14-2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집 같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싶은 황 씨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이름이었다. 원래 그는 한옥에서 유럽식 가정식과 와인을 제공하고 싶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멋스럽고 여릿한 한옥의 매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옥이 있는 성북동과 혜화 일대를 둘러보게 됐고, 이곳을 찾게 됐다. “이곳이 한옥은 아니지만, 이 옆에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도 있고 주방에서 명륜당 처마가 보이거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진짜 한옥에서 식당을 운영해보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Casa 14-2는 이름부터 장소 선정까지 그의 가치관이 깃든 곳이었다.

이곳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대학가여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저학년 앳되던 모습으로 보다가 나중에 고학년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그 나름의 재미가 있어요.” 그에게는 뿌듯했던 순간도 있었다. “처음에는 데이트하러 오시던 성대 축구동아리 학생이 이곳에서 프러포즈하셔서 결혼했어요. 지금은 아이도 낳아 키우시는데, 그런 연이 닿을 때 정말 좋아요.”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소개하는 황 씨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그는 손님들이 다 좋아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손님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답변 하나하나에 묻어났다. 한편 그는 시기별로 손님 수의 편차가 심한 것을 이곳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힘든 점으로 꼽았다. “대학가 특성상 학기 중에는 손님이 많았다가, 방학이 되면 손님이 줄어요. 그럴 때마다 인력을 조정하는 게 가장 힘들죠. 하지만 이제는 괜찮답니다.” 
 
ⓒ황국미 사장 제공



"아, 그 곳 참 괜찮지"라는 말 듣고 싶어
“다양한 문화를 저렴하게 접하게 하고 싶어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갖고 있는 특별한 철학을 묻는 질문에 그는 “사회에 이제 막 들어온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파스타도 그렇고, 와인이라든지 수제 맥주 같은 것들 말이에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어떤 고등학생들이 저희 집에서 파스타를 먹고 갔는데 나중에 대학생이 돼서 찾아왔어요. 저희 집에서 처음 카르보나라를 접했는데 어딜 가도 그 맛이 나지 않아 그리워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집 파스타가 그 친구들에겐 파스타의 기준이 된 거잖아요. 그 얘기를 듣자 뿌듯하면서도 초심 그대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아, 학교 앞에 이런 편안하고 괜찮은 집이 있었지”라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미 그의 소망은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