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환수는 과거의 과오와 오류를 바로잡는 일”
“문화재 환수는 과거의 과오와 오류를 바로잡는 일”
  • 최하영 기자
  • 승인 2017.10.16 14:39
  • 호수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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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깬다.’ 혜문 대표의 블로그 ‘혜문닷컴’을 여는 머리말이다.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는 것은 곧 잃어버린 우리의 혼을 되찾는 것이라 말하는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 유민지 기자 alswldb60@
환수할 문화재 목록 만들고 구체적 계획 세워야 
국민의 적극적 관심이 ‘진정한 환수’의 지름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어떻게 설립됐나.
10년 전에는 문화재 환수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2004년 일본 교토에 있을 때 우연히 보게 된 ‘청구사초’라는 책에서 우리나라 문화재인 ‘조선왕조실록’이 일본 동경대에 소장돼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문화재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우리 문화재가 왜 일본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에 관한 자료를 구해 와서 사람들에게 반환 운동을 하자고 했더니, 다들 미쳤냐고 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노력하지 않았다. 겨우 주변인들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아서 동경대에 끊임없이 요구한 결과 2006년에 조선왕조실록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때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에 있는 많은 우리 문화재들의 반환 운동을 펼치기 위해 ‘문화재제자리찾기’를 설립했다.

2006년 문화재제자리찾기가 환수한 조선왕조실록.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산하 기구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같은 정부 기관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나.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문화재 반환 운동은 문화재를 돈을 주고 사 오거나 기증을 받는 게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지적하고 투쟁 끝에 환수한다는 점에서 정부 기관과는 분명히 다르다. 정부 기관에서는 외교적 마찰 문제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꺼린다. 하지만 그런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양심적인 외국인에 의한 기증’으로밖에 되찾지 못한다. 일제강점기 제국주의의 압박에 의해 피탈된 우리의 문화재,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긴 문화재를 국민의 성원을 담아서 되찾아오는 것이 문화재 반환 운동이다. 우리가 믿는 것은 권력이나 돈이 아니라 진실의 힘, 그리고 양심의 힘이다.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말 그대로 빼앗긴 문화재를 제자리로 되돌려놓는 활동을 한다. 지금 주력하고 있는 것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는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이다. 가야 금관부터 조선 국왕의 투구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일제강점기 시절 일명 ‘도굴왕’이라고 불렸던 오구라의 횡포에 약탈됐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은 이미 문화재를 전부 반환했다며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문화재 약탈이 남북분단 이전에 일어난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렵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북일 교섭을 통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화재 환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그럼에도 문화재를 환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재 환수의 의미는 단순히 문화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과오와 오류를 바로잡는 것에 있다. 문화재를 환수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2000권이나 있는 조선왕조실록을 47권 더 찾아오지 않는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과거에 부당한 권력을 이용해 약자의 것을 절도한 가진 자들의 횡포에 저항한다는 의미다. 문화재를 하나씩 되찾아오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잃어버렸던 과거의 흔적과 아픔까지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문화재 환수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먼저 정부 차원에서 환수할 문화재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떤 문화재를 환수할 것인지에 대해 목록을 만들고,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또 국외소재문화재의 현황 조사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환수할 당시 정부는 일본에 총 46권이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총 47권이 있었다. 조선왕실의궤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조사한 자료와 실제 숫자가 맞지 않았다. 형식적이고 표면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는 말이다. 정부부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재 환수에는 국민의 관심도 중요한 원동력이다. 전하고픈 말이 있나.
문화재 환수의 가장 큰 어려움은 그 운동이 성공할 때까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정왕후어보,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화재가 반환된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국민은 이 문화재들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그 경위를 궁금해하지 않고, 돌아온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와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힘을 합쳐 싸울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문화재 환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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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제자리찾기=불법 약탈당한 문화재 환수를 위해 2006년 설립된 서울시 등록 비영리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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