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Imagined Reality’. 그것은 인간만이 배타적으로 가지는 ‘허구의 실제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여러 번 주목을 끌었던 단어는 ‘상상’, ‘생각’, ‘믿음’과 같은 단어였다. 이러한 단어들이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히 책에서 빈번하게 언급되었기보다는, 책에서 그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의 중요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유를 거두절미하고 책의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인류는 상상으로부터 국가를 존재시켰고, 생각으로 지식을 선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믿음을 통해 종교를 만들었다. 즉, 화살이나 바늘 등 도구의 발명은 사고방식이나 의사소통의 인지혁명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부족, 국가, 인권 등의 개념적 가치까지 인지적 능력이 확장되었다. 전혀 확인할 방법이 없는 허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상상의 현실화’. 그것이 ‘보잘것없던 동물’인 인간을 먹이사슬 최상부에 위치하게 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다른 동물 종과는 달리 ‘허구를 실제라고 상상한’ 인류에게 그것은 큰 축복이자 저주의 시작이었다.

한 조직의 생애는 작은 의미에서는 한 인간의 인생, 크게는 인류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기본적인 탄생과 성장의 주기에서도 그렇지만,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목표를 내걸고 그것을 현실의 시스템으로 구축해나간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비전은 “세상의 정보를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한다”이다. 이러한 비전은 자연 상태에서 감각 기관으로만은 찾아볼 수 없었던 ‘평화’, ‘민주주의’ 등의 상상적 개념과 비슷하다. 가상의 실제를 현실로 믿게 하여 존재하는 실제로 만들어 낸다.

앞서 말한 여러 가지 가치들도 그렇지만, 기업의 비전은 기업의 존재를 현실화하고 정당화한다.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의 머릿속에 하나의 가상의 실제를 그려 넣는 역할도 한다. 놀랍게도, 구성원은 그 가상의 실제를 단순한 상상이 아닌 사실로 믿게 되고 비전의 사회화를 통해 기업은 생명력을 갖게 된다. 리더십은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표의식이 있는 리더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머릿속에 이상적인 현실을 만들어 놓고 살아간다. 그 상상을 구성원에게 ‘주입’하고 구성원 또한 같은 이상을 꿈꾸며 상상의 허구를 함께 현실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즉, 기업의 Vision은 기업만의 Imagined reality(허구의 실제)이다. 허구의 실제는 구성원에게 주입되어 보이지 않던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며, 리더십은 그 과정을 담당한다. 그 허구의 실제(imagined reality)가 옳고 그름에 따라 리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이라는 유기체, 그리고 구성원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성이 정해진다. 리더의 리더십과 바른 덕목이 강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결국엔 ‘상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올바른 상상’이다.

최창현(경영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