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미니멀 라이프 체험기

기자명 우성곤 기자 (hlnsg77@skkuw.com)

“결벽증이야?”
기자의 방을 찾는 친구들이 하나 같이 전하는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무리 정리를 해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 정리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정리하는 시간에 비례해 커지기만 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공허한 정리정돈만 하루하루 반복되고 있었다. ‘항상 정리하는데 방은 왜 답답할까’ 의문이 생겼다. 만족스럽지 않은 방을 보며 혹시나 어질러진 물건은 없는지 괜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지만 모든 것은 여전히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방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우선순위 정하기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아무거나 버리는 게 아니다. 자신이 얻어내야 하는 목적만을 바라보고 그것과 상관 없는 것을 쳐내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기자는 이번 학기에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결정했다. 학점을 잘 받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제외하고 전부 버리기로 한 것이다. 자잘한 물건들에 대해서는 ‘한 달 내 미사용시 처분’이라는 원칙을 만들었다. 1일에는 1개, 2일에는 2개, 이런 식으로 10일 동안 55개의 물건을 처분해 보기로 했다.

책상 정리하기
공부하는 책상부터 시작했다. 책상위에 있던 화장품 샘플, 포스트잇, 빈 액자, 악력기, 탁상 시계, 저금통 등 필요 없거나 없어도 불편을 감수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처분했다. 처음 5일 동안은 책상 위의 물건을 위주로 정리했다. 사소한 것이지만 15개 정도 버리고나니 책상이 두 배는 넓어졌다.

옷 버리기
조언 받은 대로 단정하고 무난한 스타일의 옷만 남기고 다른 옷들을 처분했다. 멀쩡한 옷을 처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살 때보다 버릴 때 더 고민했다. 후드티 하나와 후드 집업 하나, 회색 반바지가 처분됐다.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이었던 만큼 그동안 손이 덜 간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튀지 않는 무난한 옷만 입고 다닐 생각을 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책 버리기
전공 공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전공 관련 책만 남기고 나머지를 버렸다. 『웹 디자인 입문서』『기초통계분석』『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노자』『무진기행』 등의 책이 처분됐다. 언젠가 읽어보면 취업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앞으로도 읽을 가능성은 없었다. 정리된 책장은 전공 관련 책만으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기타 버리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3년 전 조금씩 돈을 모아 구입한 기타. 구입한 이후로 한 달을 제외하고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항상 방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타 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연습이 뒤따라 주지 않는 로망은 오히려 집중력만 분산시켰다. 학점을 올리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면 처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후기
결국 10일 간 55개의 물건을 모두 처분하지는 못했다. 35개의 물건을 상자에 담아 방 한 쪽에 모아놓았다. 미니멀리즘은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하게 함으로써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내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고민하고 처분하면서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던 나의 목표에 대한 의지가 누적되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와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지금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한 사색이었다.

 
 









정리한 물건 리스트

화장품 샘플, 맥주캔 모양 저금통, 수분크림, 액자, 포스트잇, 펜, 못, 악력기, 일회용 수저, 손수건, 디퓨져, 탁상 시계, 보온병, 편지지, 헤어젤, 핸드폰 충전기, 로션, 우산 싸개, 베개, 에코백, 회색 반바지, 후드티, 후드 집업, 회색 모자,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 『웹 디자인 입문서』, 『노자』, 『냉정과 열정 사이』, 『무진기행』, 『공부하는 힘』, 『기초통계분석』, 무선마우스, 인형,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