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기자명 박수진 기자 (sallysjpark@skkuw.com)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는 ‘국내 1호 정리컨설턴트’로 자신의 정리 노하우가 담긴 책을 출판하고 대학·기업에서 강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리 전문가다. 옷과 책에 있어 선택적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그를 만나 미니멀 라이프 입문자들에게 필요한 물건 비우는 기술과 그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물건을 버려봐야 이후 선택에 있어 신중함 생겨
나에게 맞는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야

전문적인 정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시간 관리가 안 된다고 느꼈다. 시간 관리를 위해서 수첩에 정리도 해보고 관련 책도 읽어봤지만 그래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02년에 『단순하게 살아라』를 읽고 시간 관리에 중요한 건 주변 환경 단순화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정리에 주목하게 됐다. 책과 파일이 가득한 내 책상이 어수선하다고 느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변을 정리하고자 했다.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니 시간 관리가 가능해졌다. 컨설팅회사 창업은 원래 창업에 관심도 있었고 정리가 시간 관리 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하곤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물건 정리 시 중요한 점은 무엇이 있나.
정리는 하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집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스트레스나 낭비가 될 수 있는 공간부터 차근차근 정리가 필요하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정리 대상을 집으로 정하고, 집에서도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면 그곳부터 정리를 해나가야 한다. 또한, 물건의 사용 빈도와 시간에 대해서 알면 정리가 한층 쉬워진다. 사용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어진 물건이 있다면 그와 같은 범주의 물건을 함께 처분하는 방법이 있다. 옷, 필기구, 가방 등 관심사와 연관된 물건을 중심으로 정리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나는 책을 정리할 때 관심사인 ‘정리’를 기준으로 그 밖에 책들은 처분했다. 정리 책 중에서도 필요한 책은 pdf 파일로 변환해서 소장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해 현재 사무실 책장에는 30권 미만의 책들이 있다. 중요한 건 책의 존재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사용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물건을 포기하고 버려볼 줄 알아야 다음에 같은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새 물건을 희생시켜보면서 다음에 이런 종류의 물건 구매를 하지 않거나 이후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해 사전에 정보를 알아보는 등 물건 선택에 있어서 신중함이 생긴다. 그래서 잘못 산 물건이나 방치했던 물건은 금전적 희생이 따르더라도 버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버리는 것보다 남겨진 것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필요한 물건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다른 부분에서의 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함은 써야 할 것을 사용할 만큼만 가지고 잘 활용하는 것이다.

‘버리기’만큼 이후 ‘구매’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사람들이 물건 구매 시 유의할 점은 어떤 것이 있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좋은 제품을 구매한다. 좋은 제품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지만 여러 제품을 한 번에 대체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예를 들어 알레포 비누는 샴푸, 린스, 클렌징을 한 번에 대체할 수 있다. 또한, 냄비를 두 개만 소장할 생각이라면 양은 냄비보다 더 많은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냄비, 다용도의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굳이 비싼 제품을 사지 않아도 본인의 소득 수준에 맞는 질 좋은 물건을 사는 것이 좋다. 미니멀 라이프는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이지 구매가 없는 삶은 아니다. 소비는 사야 할 물품을 목록으로 정리한 계획된 소비일 수도 있고 금전적 제한을 둔 소비일 수도 있다. 금전적으로 제한된 소비는 하루에 지출을 5만 원으로 제한하거나 특정 매장에서의 지출을 5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또한, 충동구매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사지 않고 참는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충동구매 욕구가 든다면 일단 15분을 참으라고 대개 조언한다. 그 후 구매 욕구가 처음에 가졌던 사고자 하는 의지보다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초보 미니멀리스트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자신만의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의 방법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보다 미니멀 라이프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보통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그 삶의 방식에 대해 연구한다. 그리고 책에서 배운 방식을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하면서 본인에게 맞는지 알아본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면 그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그 방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데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도 자신만의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데 7년이 걸렸다. 미니멀 라이프는 살면서 계속 추구하는 삶의 방식인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한,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펜 한 자루를 버려본다거나 단계를 정해서 미니멀 라이프를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것이 좋다. 추천하는 방법은 물건 100개 버려보기와 물건 100개만 가지고 살 때 남겨둘 물건 100개 적어보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