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나의 내면과 마주해 보세요"
"정원에서 나의 내면과 마주해 보세요"
  • 우성곤 기자
  • 승인 2017.10.16 16:10
  • 호수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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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기호 조경학과 교수

우리 학교에는 ‘세계의 정원과 문화’라는 강의가 있다. 이 강의를 개설한 정기호 조경학과 교수는 정원에 대한 칼럼을 본지에 기고할 만큼 학생들에게 정원의 가치를 알리려 노력해 왔다. 지난해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어떤 정원일까 궁금하다. 정 교수가 설명해주는 정원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계의 정원과 문화’ 강의를 개설한 이유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유럽의 문화를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유럽 정원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 정원을 제대로 감상하면 유럽의 많은 부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유럽 정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권력과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파워가든(Power Garden)’과 소담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놓은 ‘마이가든(My Garden)’이 그것이다. 수업에서는 주로 파워가든에 초점을 맞춘다. 파워가든에는 조경학적 배경뿐 아니라 당시 권력자들 사이의 관계와 권력 투쟁, 권력 과시와 같은 다양한 역사적, 인문학적 요소가 얽혀있어 그것을 통해 유럽의 거시적인 문화를 이해하기 좋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파워가든은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정원이기 때문에 정원을 비교하면 국가들 사이의 사상적, 사회적 특징들을 비교할 수 있다.

‘마이가든(My Garden)’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마이가든에는 그 정원을 만든 사람의 개인적인 의도가 담겨있다. 사람들은 정원에 아무 이유 없이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지 않는다. 그들은 정원에 자신의 이상향을 담고자한다. 이상향은 현실의 결핍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정원에서 자신의 이상향을 추구하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노력과 같다. 이처럼 정원에는 만든 사람의 결여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이 담기고 그로 인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파워가든인 베르사유의 어마어마한 정원은 마음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뜨겁게 만들어서 그러한 과정이 불가능하다. 그에 비해 소담하고 차분한 개인 정원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의 내면과 마주 할 수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정원을 만든 사람이 떠오르고, 정원을 만든 사람을 이해해 보려는 생각에까지 다다른다. 정원을 만든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은 파워가든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은 무엇인가.
정원과 그 정원을 만든 사람을 겹쳐 놓고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알거나 그가 쓴 글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내면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결핍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어떤 이상향을 추구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쓴 기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 사람과 정원을 동시에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어 정원이 더 아름답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작가의 정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이유다. 작가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기록을 남긴다. 작가가 남긴 수많은 기록이 그의 내면과 정원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작가 중 자신과 정원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남긴 사람이 『데미안』의 작가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다.

나만의 정원은 결핍을 채워줄 이상향
가꾸는 정원보다 교감하는 정원으로 

헤르만 헤세의 정원은 어땠나.
헤세의 수필집 정원일의 즐거움을 보면 온통 정원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프로 정원사쯤으로 생각하지만, 그에게 정원은 열정을 불태우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의 에세이집에는 ‘나는 정원일을 도저히 못 하겠다’ ‘정원에서 하는 노동이 너무 힘들다’ 같은 이야기가 끝없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자신의 정원에서 토마토 줄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낙엽과 나뭇가지를 긁어모아 불태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눈 수술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정원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것이 눈의 통증을 완화해 주었다. 그렇게 헤세는 어쩔 수 없이 정원과 가까워졌다. 헤세에게 정원은 직접 가꾸고 꾸미는 곳이 아닌 식물을 스케치하고 잡초를 뽑고 모닥불을 피우며 소일거리 하는 곳이었다. 그 정원에서 헤세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을 마주했고 자신을 위로했다.

헤세는 정원의 모닥불 앞에서 자신의 내면과 대화했다.
ⓒ정기호 교수 제공

우리나라의 정원에 관해서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정원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발달하지 않은 나라는 찾아보기가 드물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정원은 바깥에 높은 담장을 치고 그 안에 자기의 이상향을 꾸며 놓은 장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높은 담장 자체가 별로 없다. 오히려 담장 바깥의 자연이 꾸며놓은 정원보다 더 아름다워 담장을 높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우리 조상들이 보편적 정의의 정원을 발달시키지 못한 이유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개인 정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즐기던 방식과 결이 다르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정원을 찾고 정원을 열심히 가꾸는 법을 배운다. 꽃만 보면 어쩔 줄 모른다. 삭막한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 마음 한 곳에 결핍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정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정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가꾸는 정원으로서의 의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정원으로서의 의미다. 헤르만 헤세가 찾은 정원은 두 번째였다. 정원을 꼭 가꾸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가만히 앉아서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정원, 멍하니 앉아있을 수 있는 정원에서 나를 찾고, 나를 채울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헤세의 정원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정원을 꾸미는 것보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앞에 나무 몇 개가 심긴 공터도 좋고 가까운 공원이면 더 좋다. 가만히 거닐면서 자연을 보면 헤세가 모닥불 안에서 자신을 발견했듯이 우리도 그 안에서 우리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다. 일상에 정신없이 휩쓸려 살아가다 보면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잊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자연 앞에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며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마음속 감정들을 끌어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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