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기자명 현영교 기자 (aayy1017@skkuw.com)

 

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호랑이탈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이 호랑이탈을 가장 좋아해요.” 매 학기 초, 탈을 쓰고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명함을 돌린다는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57)을 만났다. ‘국내 1호 모험상담가’ ‘노래하는 교장선생님’ 등 교육자로서는 조금 특이한 수식어로 불리는 그를 만나 그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 최원준 기자 saja312@

교장실이 학생들의 편안한 놀이터가 됐으면
허황돼 보여도 꿈 멀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어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들었다. 처음 선생님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 교육적 마인드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기보다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한 곳은 경북 구천에 있는 구천중학교였어요.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주말마다 구천에서 집이 있는 서울까지 이동해야 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법도 한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 힘든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아요. 그때는 그저 발령을 받아서, 선생님이 돼서 행복했습니다.

‘국내 1호 모험상담가’라는 특이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모험상담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데 ‘모험상담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제가 정의하는 모험상담가는 ‘상담을 통해 내담자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에요. 보통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상담 도중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몸을 이용하면 상담에 집중하게 됩니다. 놀이를 이용해 서로에게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은 열리게 돼있습니다. 어제 상담한 학생을 예로 들면, 책 한쪽을 펴고 누가 더 빨리 읽는지 게임을 진행했어요. 기록을 확인하고 다음번에는 몇 초로 줄이고 싶냐고 목표를 물었죠. 기록은 당연히 게임이 계속될수록 단축됐어요. 이런 식으로 게임을 통해 목표라는 단어를 학생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합니다. 몸을 통해 마음을 연결하고 학생들이 자기의 내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yes24 제공

 

 

어떤 계기로 모험상담과 같은 특별한 소통을 시작하게 됐는가.
딱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제 안에 그런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중요한 계기가 있다면 미국 연수에요. 21년 전 즈음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왔어요. 보통 연수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진행하는데 그때는 교육소에 입소해 10일 동안 집중적으로 상담을 배웠어요. 저는 내성적인 편이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드문데 첫 프로그램부터 정말 흥미로웠어요. ‘상담이 꼭 앉아서 하는 건 아니구나’를 느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저 자신이 변해가는 것이 보였지요. 그래서 통역하시는 분의 도움을 받으며 한 글자도 빠짐없이 열심히 필기했어요.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배운 것을 토대로 모험상담을 기획했죠.

오랜 시간 상담을 하면서 다양한 학생을 만나봤을 것 같다. 모험상담을 진행했던 학생 중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는가.
어린 시절의 사고로 인해 발작을 일으키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어요. 발작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 학생과 1년 정도 꾸준히 상담했어요. 상담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졸업까지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에 학생의 부모님이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 그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학교 이야기를 담은 6개의 노래를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처음 음반을 내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모험상담을 진행하면서 진로에 관해 고민하는 학생을 많이 만났어요. 그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이니"라는 질문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학생들에게 말만 하기보다 직접 제 꿈을 이뤄 꿈이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저의 꿈에 관해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 노래 부르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소풍을 갈 때면 노래 부르기 위해 무거운 기타를 메고 산을 오르기도 했죠. 그렇게 ‘꿈을 가지자’라는 주제의 1집 음반이 나왔어요.
 

ⓒ방승호 교장 제공

 

 

ⓒ방승호 교장 제공

 

 

 

 

 

 

 

 

 


특히 2014년에 발표한 ‘금연송’은 음원차트 순위권에 오르는 등 크게 화제가 됐다. ‘금연송’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고 반응은 어땠나.
그 당시 교장으로 근무하던 고등학교는 담배 문제가 심각했어요. 해결방법을 고민하던 중 한 학생이 찾아와 화장실의 담배 냄새가 심해 양치질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죠. 다음 날부터 기타를 들고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시작했어요. 그 영상이 화제가 돼 작곡가 안영민 씨와 가수 김그림 씨와 함께 일할 기회가 찾아왔죠. 그렇게 작업한 ‘금연송’이 발표되고 그 학교의 담배 피우는 학생이 확 줄었습니다. 거의 0%로 줄었죠. 노래의 힘을 그때 몸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네이버 뮤직 제공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 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
걱정 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염려 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이외에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교장실’이라는 공간을 학생들이 선호하게 만들고자 노력해요. 학기가 시작되면 탈을 쓰고 학교를 돌아다니죠.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제 명함도 돌립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교장실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 교장실로 하루에 1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여기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도 춰요. 심지어 피곤하면 잠을 자는 학생도 있어요. 교장실이 학생들의 놀이터가 되는 셈이죠.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해 보인다.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학교라는 공간이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는 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과 함께했던 학창시절이 즐거웠고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는 항상 준비된 선생님이길 바랍니다. 모험상담도 단순히 놀이를 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학생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항상 배우고 성장하고자 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진로에 관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봤다고 했다. 요즘 대학생도 진로에 관해 고민이 많다. 미래에 관해 불안해하는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허황돼 보이는 것도 꿈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멀리, 크게 존재한다고 해서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에요. 중요한 것은 꿈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든 오늘 당장 내가 할 일을 찾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내가 그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누군가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
조용필처럼 사람들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히트곡을 만드는 것이에요. 물론 그 히트곡에는 학교 이야기가 담겨 있겠죠. 지금도 7집 음반을 위해 연습 중이에요. 이번 곡은 ‘공부를 하자’라는 주제인데 뮤직비디오는 학생들과 함께 찍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