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목표는 보이는데 목적을 모르겠다. 급변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그 끝은 알 수 없고 이해도 못하는 복합적인 불확실 시대가 되었다. 기술 발전의 속도로 인해서 변화 요인이 점증하는 한편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한 빅데이터 시대가 가져오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미래 상황의 모호성과 사람의 심리적 안정성 둘 다 일반인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이러한 불확실성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 중심을 두고 판단하며 나아가야 하는가.

몇 년 전, 사람들은 과연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판단하는가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는 사람이 37%이며 나머지는 모두 실용, 미덕, 그리고 상황을 따른다고 조사되었다. 사람들의 판단이 법규적인 근거보다는 주변 환경요인에 즉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법질서가 아니라, 구성원이 공감하는 문화가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따라서 불확실성 시대에 우리들이 직시해야 할 핵심은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바로 그 대중문화와 질서가 국가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은 물론 수많은 조직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리더십에 대한 회의적 혹은 비판적 시각이 최고조에 달한 요즘의 세태를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에 진정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를 숙고할 시점이다.

함축적으로 말하면, 좋은 리더는 목표가 아니라 목적(purpose)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모든 목표는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 도달하게 된다. 조금 일찍 도달했다고 해도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배제시키지 못했다면 모든 결실이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가곤 한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에 충실한 리더십이 가치가 크다. 약속과 다짐이 아니라 행동과 실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꾸준히 보여주며 확신시켜주어 온 리더에게 박수를 보내고 더 큰 기회를 주어야 한다. 탁월한 재무성과는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인지, 다양한 공익사업을 통해 무엇을 지향하는지, 사회가 공감하는 가치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한 구성원이 얼마나 즐겁게 동참하고 성원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자신이 리더십 과정에서 추구했던 목적을 가시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 또한 리더십의 일부다. 일부 선도적인 경영자는 회사 내부시스템에 자신의 일정을 매일 투명하게 공개하기도 한다. 자신이 회사를 위해 어떻게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목적에 이르는 리더십 과정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여 더불어 나아가는 구성원의 마음과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려는 시도다.

요즘 같은 기술 시대에는 리더십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혁신을 주도하고 싶은 리더는 혁신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무엇을 추구하려고 하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수단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따지지 말고 기다리면 알게 된다!’라는 주문형 리더십 시대는 끝났다. ‘이러한 목적을 갖고 가려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동참형 리더십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리더십의 목적을 공유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구성원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싶으면 목적(purpose)을 보여주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위대한 리더가 필요한 세상이 아니다. 공감할만한 목적을 추구하는 좋은 지도자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