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준호 기자 (john447@skkuw.com)

문장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든지 문장을 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몇 마디의 글을 쓰는 것 역시 쉬운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펜을 들고, 쓰면 된다.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문득 첫 기사를 맡았던 때가 떠오른다. 문건을 쓰고 검사를 받았다. 편집회의에서 문건을 읽고 피드백을 들었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가 교직원을 만나 인터뷰랍시고 질문을 했다. 알지도 못하는 학우에게 다가가 멘트를 땄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일러스트 신청도 했다. 고작 8매를 쓰려고 펜을 손에 쥐기 전까지 지나야 할 관문이 너무나도 많았다.

체크를 받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내가 쓴 글의 부족함을 지적받는 일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원래 문장도 괜찮아 보이는데 굳이 고쳐야 할까 불만을 품기도 했다. 더 이상 지적받기 싫어 눈에 불을 켜고 기사를 수정했다. 하지만 여지없이 돌아오는 것은 밑줄과 동그라미가 잔뜩 쳐져 있는 원고였을 뿐이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기사가 통과됐다. 통과된 기사는 낯설었다. 온전히 내 손으로 쓴 글이 아닌 것 마냥.

이번호가 발간되면 내 이름을 걸고 나간 기사가 열다섯 개를 넘어선다. 보도부 기자로서 많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숫자다. 하지만 그 열다섯 개의 글을 쓰기 위해 지났던 과정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비단 기사라는 결과가 뿌듯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기사’ 뒤에 숨어있는 많은 이들의 도움과 노력, 시간, 수고가 지나고 보니 기사보다 더욱 값지다.

신문사 활동이 끝나가는 지금, 힘들고 지치는 기자 활동이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글 하나, 문장 한 줄을 쓰더라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고민하는 습관을 가지게 돼 더욱 뜻 깊다. 이는 남은 나머지 두 번의 발간을 끝내고 성대신문 보도부 기자라는 내 직함을 벗어버려도 잊히지 않으리라고 나는 어렴풋이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