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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자가 바라본 ‘어금니 아빠’ 딸
강동헌 기자  |  kaaangs10@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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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5호] 승인 2017.11.13  17: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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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 체계에 대한 고민은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왔다. 형벌 체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되기 이전에는 고문이나 신체 절단과 같은 잔인하고 야만적인 형태의 처벌이 만연했다. 형벌은 언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범죄학과 교수를 만나 형벌과 이영학의 딸 사건에 대해 유선으로 들어봤다.


   
 
지난달 초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의 극악무도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씨는 치아 뿌리에 악성 종양이 자라는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이 씨의 딸 역시 같은 질병을 앓아, 이 씨 가족의 사연은 2006년 방송에 알려진 후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나 지난달 5일 이 씨가 여중생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검거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피해자는 딸의 친구 김 양이었고 이 씨의 딸 역시 공범으로 범행에 동원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씨는 딸을 통해 김 양을 자택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한 뒤, 다음 날 잔혹하게 살해했다.

범행과정에서 이 씨의 딸은 친구를 집으로 유인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 이 씨와 함께 친구 김 양의 사체를 담담하게 처리하는 등 범죄 현장에 아무런 저항 없이 가담했다. 또한, 지난 9월 어머니가 자택에서 떨어져 죽었을 당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슬쩍 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등 평범한 가정의 모녀지간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태연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고(故) 김 양의 유가족들은 이 씨의 딸의 공범 행위에 대해 이 씨와 함께 형사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인을 저지른 것은 이 씨이지만, 그 과정에서 딸이 김 양을 자택으로 직접 유인했고 수면제를 건네주는 등 범죄에 가담했으므로 그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 씨의 딸이 아버지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딸에게는 형사 처벌보다는 교정 치료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배 교수는 “흔히 치료를 편안한 상담 치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에도 자유를 박탈하는 구금치료, 격리치료 등이 있다”며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도덕적 균형 유지 위해 형벌 필요해
윤리학에서의 응보주의 책임론에 따르면 행위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올바른 행위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을 저지른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자유의지에 따라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그에 따른 형벌을 내릴 수 있다. 배 교수는 이번 사건이 ‘아버지 이 씨가 전적으로 시키고 만든 일’이기 때문에 딸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딸의 행동을 보았을 때 자유의사에 따라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딸에게 ‘아버지가 하는 일은 다 옳고 가족을 위한 일’이라는 식의 사고 체계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딸은 친구에게 수면제를 건네고 친구의 사체를 처리하는 데도 무덤덤하게 아버지를 도왔다. 처벌이 가해질 때는 범죄자가 처벌을 받는다는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딸에게는 죄의식이 없다”며 형사 처벌을 해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 주장한다. 죄의식이 없다는 것은 합리적인 자유의사 과정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범행 과정 동안 딸은 범죄를 주도하기보다 아버지 이 씨가 시키는 대로 하거나 이 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보였다.

응보주의의 역사는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고대 함무라비 법전의 기본원칙이다. 윤리학에서 범죄에 대한 처벌 문제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논의돼온 주제다. 범죄자는 죄에 응당하는 형벌로써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응보주의는 형벌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대표적인 윤리학적 입장 중 하나다. 이는 도덕적 형평성 문제를 기본 전제로 한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거나 생활에 해를 가하는 행위는 도덕적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고 범죄자에 대한 처벌만이 그 균형을 다시 유지하기 위한 길이다. 응보주의에 따르면 형벌 자체가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이며 범죄자에게 죄의 크기보다 덜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정의를 저버리는 행위가 된다. 간단히 말해, 범죄자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정도의 복수나 형벌을 가하는 것 자체가 악에 대한 응징이며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본다. 응보주의적 관점은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서 시작했지만, 근대 칸트의 목적론적 세계관까지 이어진다.

이번 사건에서 공범 행위에 대한 딸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딸은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응보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딸에게 책임이 있다면, 딸은 어떤 상황이건 범죄에 가담했고 그것은 사회의 도덕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부녀의 범죄에 의해 무너진 정의를 회복하는 길은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모두에게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신의 온전한 주관을 바탕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딸에게는 처벌받을 책임이 있지만, 그것이 없기 때문에 딸을 처벌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배 교수는 전했다.

아버지가 이영학이라는 가정환경
배 교수는 딸을 둘러싼 가정환경이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딸은 아버지 이 씨와 같은 희귀 질병을 앓고 있다. 거대 백악종은 국내에 환자가 이 씨 부녀 둘 뿐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10명이 안 될 정도로 매우 희귀한 병이다. 희귀 질병을 아버지와 같이 앓게 되면서 강력한 동질감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배 교수는 이 씨가 딸에게 그런 동질감을 바탕으로 “아버지와 나는 같은 사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적”이라는 식의 세뇌가 있었을 것이라 예상한다. 무엇보다도 ‘범죄 가족’이라는 가정환경이 딸의 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이 씨는 어릴 적부터 크고 작은 비행을 저질렀으며 아내 최 씨를 강제로 문신시키고 성노예로 이용하는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는 무관심하고 매우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지녔다. 이러한 가정환경 속에서 딸에게 “나의 만족을 위해 사람을 이용해도 되는구나”라는 의식이 형성됐을 것이라 배 교수는 설명한다. 그런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시켜줄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만, 큰아버지인 이 씨의 형 또한 정상적인 죄의식을 지니지 못한 상황에서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성장기에 형성되는 인식의 틀에 있어 주위 환경은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부모나 형제, 자매와 같은 가장 가까운 환경이 절대적인데, 이를 ‘중요한 타자’라고 한다. 유아기에 중요한 타자와의 상호작용은 인생관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배 교수는 딸의 모든 판단 기준은 아버지가 되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공범 행위로 체포된 이 씨의 딸과 범죄학에 대해 설명하는 배 교수(오른쪽)
   
ⓒKBS 화면 캡쳐(왼쪽) ⓒEBS 화면 캡쳐(오른쪽)









이 씨 딸, 온전한 합리적 사고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자유의지 있어야 형벌을 위한 책임 있어

형벌은 범죄 예방하기 위해 행해져야
응보주의와 대비되는 처벌에 관한 또 다른 윤리적 관점은 공리주의다. 공리주의는 응보주의와 달리 형벌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일반적인 공리주의는 어떤 행위에 대해 평가할 때 그것이 가져올 공리가 얼마나 되는지, 즉 얼마나 유용한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벤담으로부터 시작한 공리주의는 형벌이 언제나 사회적 선을 향해야 하고 ‘범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응보주의가 형벌의 목적이 외부에 있지 않고 그 자체에 있다고 주장한 반면 공리주의에 따르면 형벌의 목적은 범죄를 예방함으로써 사회적 선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형벌은 △범죄자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게 직접적으로 예방하는 효과와 △일반인들에게 법질서를 각인시킴으로써 잠재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딸에 대한 형벌은 그것을 통해서 딸의 재범을 막을 수 있을 경우에만 정당하다.

형벌 외에 추가적인 수단 필요해
딸의 인식틀을 교정하지 않고 처벌만을 가할 경우, 딸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대 범죄학에 의하면 무조건적인 형벌은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고전 범죄학자들은 개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얻는 이익이 수반되는 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할 때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했다. 고전 범죄학은 인간이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심리학적 이기주의를 상정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자유의지를 지니며 범죄는 이익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계산한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 범죄학자들은 형벌 체계를 적절하게 고안해냄으로써 범죄에 대한 비용을 늘리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형벌 체계를 조절함으로써 범죄율을 낮추고자 했던 고전 범죄학자들의 노력은 실효성을 얻지 못했다. 인간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라면 형벌을 통해 범죄를 줄이고자 했던 고전 범죄학의 100여 년간의 노력은 실질적인 효력을 보였어야 했다. 고전 범죄학의 기본전제와 달리 이 씨의 딸은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고전 범죄학의 실패는 실증주의 범죄학으로 이어진다. 실증주의 범죄학자들은 범죄의 원인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있다고 보았다. 그들이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는 범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찾아내는 것이었다. 초기 실증주의 범죄학자들은 주로 생물학적 요인에 주목했으나 그 후 심리학적 요인들, 사회학적 요인들로 초점을 확장해나갔다. 고전 범죄학과 달리 실증주의 범죄학은 범죄가 이익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계산한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어떤 특성이나 사회적 환경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범죄학자들은 범죄의 원인을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요인으로 보고 각각의 관점에서 범죄를 규명하는 이론을 펼쳐나간다.

현대에서의 범죄학은 위와 같은 이분법적인 접근을 지양하지만, 오늘날 많은 범죄학자들이 범죄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실증주의 범죄학적 접근은 의의가 있다.
 
딸의 잃어버린 사회성을 찾아주는 게 우선
배 교수는 교정 치료를 통해 딸의 잃어버린 사회성을 되찾아 주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딸에게는 정상적인 죄의식이 없기 때문에, 사회와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며 그다음에 소년원에 보내거나 형사 처벌을 해도 늦지 않다고 전했다. 교정 치료는 상담 치료뿐만 아니라 감호시설 수용, 교정소 수용 등의 치료도 포함한다. 형벌 못지않은 큰 심리적 고통이 따른다는 뜻이다. 배 교수에 의하면 성인의 경우에도 형벌과 교정 치료가 함께 요구되지만, 성인은 교정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처벌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성년자의 경우 처벌도 가해지지만, 치료 교정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교정 위주의 대응이 필요하다. 그는 “딸이 교정 치료를 받게 된다면 성인이 될 때쯤 교정 치료 기간이 끝날 텐데,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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