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동우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

기자명 유은진 차장 (qwertys@skkuw.com)

이미 핼러윈 데이와 빼빼로데이는 자리를 잡았다. 좋든 싫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이들 ‘데이’는 우리나라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해야 즐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 한국외대 경영학부 고동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혼자인 사람들 소속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날 찾아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기념일의 본질 되새겨야

왜 사람들은 이들 ‘데이’에 열광하는가. 왜 유행하고 기꺼이 지갑을 여나.
회사가 설정한 ‘과자를 선물하는 날’이라는 콘셉트가 성공한 덕도 있지만, 사회 풍토와도 연관이 있다. 사실 이런 날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요즘 특히 관심이 커지는 건 혼자인 사람들이 늘어가는 현상의 영향이 커 보인다. 1인 가족도, 외로운 사람도 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과자를 선물하거나 모여 놀며 이들 ‘데이’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낄 기회로 삼는다.

왜 핼러윈 데이나 빼빼로데이는 기성세대에게 성공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나.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짜면서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설정한 영향이 크다. 핼러윈 데이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위한 날이었고, 두 날 모두 과자와 연관돼있기 때문에 젊은 층을 겨냥해 판촉을 시작했을 것이다. 만약 어른을 타깃으로 했다면 빼빼로는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라”는 메시지보다는 “가족과 나누라”고 적극적으로 광고했을 것이다. 일례로 초코파이 광고가 그랬다. 이처럼 핼러윈 데이와 빼빼로데이는 처음부터 젊은이들을 겨냥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과 반대로 기성세대에게는 덜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핼러윈 데이가 유독 음주, 클럽 문화와 긴밀하게 결합해 있는 이유는 뭔가.
청년이 중심이 돼 즐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에서 핼러윈 데이는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날이다. 물론 어른들도 즐기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만큼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해 우리나라에 유입되면서 핼러윈 행사를 즐기는 유명인사가 매스컴에 자주 비쳤다. 우리나라는 권력거리*가 큰 나라인 탓에 젊은이들이 유명인사의 생활을 동경해 자주 모방하곤 한다. 또, 핼러윈 데이 놀이 문화는 원래 해가 지면 시작된다. 때문에 핼러윈 데이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밤에도 운영하는 클럽, 주류 판매 업소를 찾으면서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고유 기념일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즐길 수는 없나. 왜 사람들은 단옷날 그네뛰기, 동짓날 팥죽 쒀 먹기를 이들 ‘데이’의 일종으로 즐기지 않나.
여기에는 전통 보존을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일본에서 사는 동안 느꼈던 것은 일본인들은 전통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강해 전통 보존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냄비근성’이라는 자조의 말이 나올 정조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은 강하고 옛것에 대한 관심은 약하다.

전통문화를 이들 ‘데이’처럼 즐기는 일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핼러윈 데이에는 소품을 사 분장을 하고, 빼빼로데이에는 눈에 보이는 선물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예로 든 단옷날 그네뛰기와 동짓날 팥죽 쑤어 먹기는 즐기고 나면 기념으로 손에 남는 것이 없어 현대인들에게 덜 매력적일 것이다. 전통문화는 ‘데이’와 같은 방식으로 즐기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 ‘빼빼로데이’는 성공적으로 정착한 반면 ‘가래떡데이’나 ‘삼겹살데이’ 같은 우리 농축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대안 데이’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나.
이들 ‘대안 데이’는 나누고 즐기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소비하고 나면 끝난다. “사랑을 전한다”는 마케팅으로 11월 11일을 특별한 날로 만든 빼빼로데이와 달리, 삼겹살이나 가래떡은 평소에도 흔히 먹는 음식으로 특별한 느낌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

마케팅을 하려 해도 가래떡이나 삼겹살은 타깃을 정하는 단계부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자면 어른이라고 해서 가래떡을 요즘 특별히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삼겹살이라고 해서 30대를 타깃으로 삼기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데이’ 문화의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효과는.
부정적 영향으로는 먼저 고유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핼러윈 데이는 음주, 클럽 문화와 결합하고,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경쟁이 강한 탓에 빼빼로데이는 점점 누구보다 크고 남들과는 다른 빼빼로를 선물하는 경쟁이 되어간다. 그럴수록 이들 ‘데이’는 본래 가치를 떠나서 소비만 남은 날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들 ‘데이’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사람들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처음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같은 날이 몇 개 생겨났을 때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기념일이 지나치게 많다. 이는 기존에 있던 기념일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긍정적 효과는 소비 촉진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소비가 안 되면 경제 자체가 마비되는 상황이 온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침체되는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끼는 것도 좋지만, 서로 마음도 전하고 소비도 촉진한다는 점에서 이들 ‘데이’도 나쁜 날만은 아니다.

이들 ‘데이’가 우리나라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들을 둘러싼 문제 중 다수는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에 생긴다. 소비자가 특별한 상품을 찾을수록 생산자는 같은 값에 예쁘게 만들기 위해 값싼 재료를 쓴다. ‘누구보다 특별하게’를 목표로 경쟁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데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의미, 아이나 가족, 연인에게 작은 기쁨을 주려는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이들 ‘데이’를 즐기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빼빼로데이를 예로 들자면 얼마든지 기성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단지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기성세대가 소외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께, 또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다. 이렇게 홍보하는 방법과 즐기는 방법을 바꾸다 보면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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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거리=기어츠 홉스테드가 제시한 국가문화의 차원 중 하나로, 한 나라의 제도나 조직의 힘없는 구성원들이 권력의 불평등한 분포를 기대하고 수용하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