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은진 차장 (qwertys@skkuw.com)

지난 3일, 우리 학교 외국인 교환학생 생활 적응 지원 단체 하이클럽이 주최한 핼러윈 파티가 신촌에서 열렸다. 하이클럽은 외국인 교환학생과 내국인 학우들에게 페이스북 페이지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파티 정보를 공지했으며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파티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 슬로바키아,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학우들이 참석했다. 공식적인 핼러윈 데이(10월 31일)는 지난 날짜임에도 눈에 띄는 분장을 한 채 신촌 거리를 가로질러 파티 장소까지 온 교환학생들이 있어 핼러윈에 대한 이들의 특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종이봉투에 손전등을 달아 직접 만든 가면부터 토끼 귀와 꼬리를 달고 온 사람까지, 참가자들은 귀신 흉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차림새로 개성을 뽐냈다. 분장한 학우 중 한 명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하는 작은 이벤트도 준비됐다.

하이클럽이 개최한 핼러윈 파티 풍경.
파티를 기획한 하이클럽 정재혁(화공 16) 학우에게 기획 의도를 묻자 “지금까지 하이클럽이 해 본 적 없었던 새로운 행사”라며, “요즘 핼러윈 파티 문화가 크게 유행하는 만큼 다양한 국적의 학우들이 어우러지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기대를 내보였다.

핼러윈 데이와 관련된 경험을 묻자 안지연(독문 16) 학우는 “어린 시절 다녔던 영어 유치원에서 늘 핼러윈 파티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느끼는 핼러윈 데이는 이태원처럼 한정적인 지역에서만 행사가 열리는 탓에 ‘그들끼리의 모임’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핼러윈 분장이 특정 직업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면 더 좋은 행사가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어 교환학생들에게 각국의 핼러윈 풍경을 들어 보았다.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Karim Ahmed(기계 17) 학우는 “미국법상 음주 가능한 나이가 차지 않아 핼러윈 데이 때 술을 마신 적은 없었다”고 회상하며, “클럽이나 바를 찾아가는 일이 한국만큼 잦지 않고 오히려 친구들끼리 집에 모여 ‘하우스 파티’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국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또, Miro Bielik(심리 17) 학우의 고향 슬로바키아에서는 핼러윈 데이를 보편적으로 즐겨 “중·고등학생들은 분장을 한 채 등교하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호박을 파서 동네를 장식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슬로바키아에서도 핼러윈 데이가 클럽, 음주 문화와 결합하기는 하지만,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핑계를 갖다 붙이기 마련”이라며 한국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핼러윈 파티는 가족보다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점도 한국과 비슷했다.

귀신과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학우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핼러윈 데이가 유행하고 있다. 일본 출신의 타카하시 노조미(국문 17) 학우는 “핼러윈 데이가 되면 사람들이 귀신이나 만화·영화 캐릭터 분장을 하고 역 주변 등 도심에 모여 논다”고 일본에서의 유행을 설명했다. 중국 출신의 루 이차오(국문 17) 학우는 “원래 중국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인데 요즘 파티가 많아지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핼러윈 파티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그는 핼러윈 데이의 중국 거리 사진을 전하며 중국 역시 유럽을 모방해 호박 장식과 귀신 분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핼러윈 데이가 지나기 무섭게 빼빼로데이가 다가왔다.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카카오톡까지 빼빼로를 비롯한 스틱형 과자를 할인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거리의 편의점은 핼러윈 데이 관련 상품을 치우고 빼빼로를 매대에 올렸다.

빼빼로데이는 핼러윈 데이와 달리 정적이다. 빼빼로를 선물하는 것이 전부인 날이기 때문에 학우들은 이 날을 지나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빼빼로를 주고받는다. 쉽게 엿볼 수 없는 조용한 관심은 우리 학교 학우들을 위한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 며칠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빼빼로를 받고 싶다”거나 “선물하고 싶다”는 등의 게시물이 대신 보여 줬다.

이번에 신수한(글경영 17) 학우는 친구로부터 빼빼로를 선물 받았다. 그는 “비록 가족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친구가 마음 써 줘 기쁘다”며 “빼빼로데이는 상업주의와 자본주의가 만든 기형적 기념일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빼빼로 주고받기의 과정에서 도를 넘는 사회적 폐해가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빼빼로데이의 압박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학우들도 있다. 이동윤(행정 16) 학우는 “거대 자본에 휩쓸리지 않겠다”며 단순히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빼빼로를 주고받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