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 인터뷰 -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김비환 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진 교수

기자명 김아영 기자 (kay8949@skkuw.com)

숙의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며 우리 사회에서 적절히 활용 및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김비환 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를 직접 만나 보완돼야 할 점에 대해 들어봤다.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진 교수에게는 유선으로 물었다.

김비환 교수
한규섭 교수
숙의민주주의, 어떠한 사안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한 : 일반 유권자들이 알기 어렵고 정보가 부족한 사안에 적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는 공론조사 주제로 적합했다. 복잡한 기술 및 경제 상황과 밀접히 연관돼있어 평범한 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 사람들 간의 선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문제와 가치판단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열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 낙태와 관련해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할 것인지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할 것인지가 대표적인 예시다. 이런 사안의 경우 국민의 다수 대표자들이 참여해 열띤 숙고를 거친 다음에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등가성이 성립해야 한다. 국민 전체의 이해관계가 비슷한 정도로 관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가령 특정 지역의 송전탑 건설과 같이 이해당사자가 특정된 문제는 공론조사의 주제가 될 수 없다. 또한, 미래세대와 현세대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을 주제로 공론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그렇다. 의사결정 과정에 미래세대의 이해관계가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숙의 결과에 대해 정부가 가져야 할 태도는.
 :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이후 많은 언론사 및 시민단체 등에서 공론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우후죽순으로 공론조사가 진행되면 공론조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론조사의 사회적 신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상황을 조정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또한 나는 현재 공론화 검증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위원회에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 소극적인 것 같다. 미흡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만큼 공론화 검증위원회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주길 바란다. 

 : 정부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공약의 타당성, 민주적 정당성, 합리성을 점검하는 것은 바람직한 절차다. 그러나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숙의의 결과를 책임 회피의 방편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 정부는 오차범위 내에서 찬반이 갈릴 경우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사전에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찬반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대치할 경우에는 현상유지가 원칙이다. 이때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이번 공론화 과정에 있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숙의 과정에서 시민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 일반 유권자들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의 전제는 정보화 사회에 부합하는 시민성과 시민들의 합리적인 사고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때에 따라 본인의 의견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수용할 수 있을 때 성숙한 숙의민주주의가 가능해진다.

 : 시민들은 결정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다양한 측면을 검토해야 한다. 비록 오류가 적고 가장 합리적인 숙의 과정을 거쳤을지라도 어떠한 결정에 대해서는 항상 실패의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계몽과 각성이 동반돼야 한다.

 : 시민들은 숙의가 진행되는 동안 감시와 참여를 위해 관심을 가지고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숙의를 통해 도출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앞으로 숙의민주주의를 실시할 때 추가로 고려해야 할 점은.
 : 일반 유권자들이 직접 숙의 과정에 참여하진 않더라도 함께 사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는 시민들이 결과만 알 수 있었을 뿐 숙의 과정에서 논의된 정보들을 접하지 못했다. 조사 자체의 엄밀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도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할 필요는 있다.

 : 숙의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 숙의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책임감 있게 압박할 수 있는 보조적인 제도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대의원들은 국민들의 숙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를 하는 여과장치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공론을 조사하는 방법에는 공론조사 외에도 시민 배심원제, 시나리오 워크숍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무수히 많은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