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과정, 숙의민주주의 지평을 열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과정, 숙의민주주의 지평을 열다
  • 김아영 기자
  • 승인 2017.11.27 20:02
  • 호수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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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가 건설 재개로 도출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단락됐다. 발단은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미 30% 이상 진척된 공사의 매몰비용에 대한 질타와 원자력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로 공론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먼저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 훈령 제690호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규정’을 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7월 24일 공론화위가 출범했다. 이후 공론화위는 지역·성별·연령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론조사에 참여할 471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했고 33일 동안 정보제공, 소규모토론, TV토론의 숙의 과정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시민참여단은 건설 재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 4차 조사 결과 건설 재개 59.5%, 중단 40.5%로 유의미한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공론화위는 건설 재개와 더불어 원전 축소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정부도 당일 권고안에 대해 존중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숙의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와 언론사로부터 비교적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김비환 교수는 “정책의 의도와 시민참여단의 대표성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시민사회의 대표자들이 공동체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합숙을 해가며 토의를 통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상당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공론조사, 여론조사에 숙의 더해 한계 보완
시민참여단의 대표성·정보의 대칭성 확보돼야

숙의, 참여의 업그레이드 버전
그렇다면 신고리 공론조사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은 ‘숙의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숙의의 사전적 정의는 ‘깊게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하다’이다. 한마디로 시민들의 참여와 동의를 구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이견을 좁히고 설득을 이뤄내는 민주적 절차를 뜻한다. 김 교수에 의하면 숙의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불만으로 촉발된 참여민주주의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안됐다. 그는 “하버마스를 비롯해 롤스, 톰슨 등의 민주주의 이론가들이 정책 결정의 합리성을 높이고 참여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숙의의 원리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숙의민주주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던 서울 외곽순환도로 사패산(山)의 터널 공사 중단 문제를 공론조사로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터널 공사에 반대하던 불교계가 이를 거부하면서 공론화위 구성 자체가 무산됐다.

숙의민주주의 이론의 현실 적용 모델에는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시나리오 워크숍 등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공론조사다. 공론조사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제임스 피시킨 교수가 로버트 러스킨 교수와 함께 기존 여론조사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한 조사방식이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는 “여론조사의 경우 시민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깊게 고려해보지 않은 상태로 답변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응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호 토론을 하는 숙의 과정을 거칠 때 유의미한 의견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론조사는 사전에 의견을 조사하는 1차 조사와 숙의 과정을 거친 후 2차 조사를 실시해 변화폭을 관찰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해법인가 떼법인가
한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대한 비판과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숙의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참여단이 과연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적이 있다. 한 교수는 “공론조사는 요구하는 참여의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에 참여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리 공론조사는 46억 원이라는 큰 비용을 들여 표본을 추출했기 때문에 대표성을 높일 수 있었지만, 그만큼의 비용을 들이지 못할 경우 대표성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민참여단에 제공되는 찬반 양측의 정보가 대칭적이지 못한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로 원전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찬성 측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및 관련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정보의 수준이 높았지만, 건설 중단의 반대 측에서는 시민단체, 환경단체 소속 활동가가 다수를 차지해 정보가 대칭적이지 못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교수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심의 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에 숙의민주주의도 결국은 다중을 배제하는 엘리트주의로 빠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한 교수는 신고리 공론조사처럼 공론화위를 정부가 주도해 만들고 조사 회사에 용역을 주는 형태로 진행할 경우 수행 주체의 중립성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첨언했다. 그는 “중립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3의 기관에 맡겨야 결과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공론조사를 처음 고안한 피시킨 교수의 스탠퍼드대 숙의민주주의센터를 적절한 모범예시로 들었다.

대의민주주의와 양립 가능해
이러한 우려의 시선에도 숙의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신고리 공론조사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키고 사회적 갈등 현안에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의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국가 공론화위 설립·운영 법안’을 발의했다. 사회적 갈등 이슈를 상시 조정하는 국가공론화위원회를 총리실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총사업비 5000억 원 이상 사업에 관해 공공토론의 결과를 정부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 숙의민주주의의 검토를 통해 국민의 뜻을 확인해보는 것은 민주 정부로서 당연한 절차라고 말했다. 그는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시민들이 늘어났다”며 숙의민주주의를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책으로써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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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배심원제=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로 배심원단(20명 이하)을 구성, 전문가 및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해결책을 토론한 후 최종 결과를 정책권고안의 형태로 공개하는 의사결정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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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워크숍=특정 주제에 대해 정책결정자, 기술전문가, 기업·산업관계자, 시민 등 4개 집단의 관계인이 함께 참여하여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의사결정 방법.내용을 입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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