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조태린 교수

기자명 김민주 기자 (ssbx@skkuw.com)

조태린 교수
인공지능·대화형 로봇 발전 위해 사회언어학적 연구 필요
실제 언어생활에 대한 관심이 진정한 사회언어학 공부

사회언어학은 어떤 학문인가.
사회언어학은 언어 그 자체를 넘어서 언어의 사용과 기능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기존 이론언어학은 이상적 언어구조와 같은 언어의 내적 체계에 관심을 가지는데 언어의 이상적 구조란 주어와 서술어 등의 모든 문법적 구성요소가 갖춰진 구조를 말한다. 사회언어학은 다양성 속에도 규칙과 경향이 있다는 전제하에, 사용자의 △계층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음이 달라지고 대화 상대와 상황 맥락에 따라 다양화되는 말하기 방식에 대해 연구한다. 또한 사회언어학은 공동체 속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 연구한다. 또한 사회언어학에서는 시대별 유행어와 신조어가 어떤 사회적 배경과 문화를 반영하며 어떻게 사라지는가에 대한 연구도 이뤄진다. 하지만 이론언어학적으로는 새로운 단어가 생성됐다는 사실과 어휘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규명된다.

사회언어학에 반영되는 언어학의 이론적 토대가 있다면.
사회언어학 연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론언어학적 배경지식이 있어야 연구 결과를 증명할 수 있다. 언어 사용은 △문장구조 △음운 △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화자와 청자의 관계, 공적·사적 대화 상황에 따라 말하기 방식이 달라진다. 이때 이론언어학의 화용론을 활용해서 관계와 맥락 속 문장구조 구사에 대해 연구한다. 일반적 경향으로 여성은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각에 관심을 표현하고 협조적인 측면이 있어 확인조로 말의 끝이 올라간다. 이에 비해 남성은 상대적으로 단정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해, 하강조로 끝이 내려간다. 이때 음운론을 활용해 이런 연구가 진행된다. 또한 외래어를 국어로 순화하는 데 있어서 이를 고유어나 한자어로, 혹은 두 가지를 섞은 형태로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어의 형태 변화와 구성을 논의하는 형태론이 활용된다.

사회언어학 내부의 분류 체계는 무엇인가.
사회언어학은 크게 미시 사회언어학과 거시 사회언어학으로 나뉜다. 미시 사회언어학은 개인의 성별이나 연령, 상황 맥락에 따른 언어의 변이를 다룬다. ‘연령에 따른 장단음 발음 인식 연구’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어 화자 중 95% 이상이 장단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장단음이 점차 소멸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분석해보면, 표준어에 익숙한 70대 이상의 수도권 토박이 화자들만 장단음을 의식한다는 결과를 알 수 있다. 2·30대의 경우, 아나운서 지망생이 장단음을 구별하는 훈련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에서는 장단음의 차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대화를 할 때도 친소관계 등의 사회적 요인에 의해 대화전략이 달라진다.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는 대화전략은 다양하다. 단호하게 거절할 때, 사과를 먼저 한 다음 거절의 의미를 전할 때,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다른 일이 있다는 말만으로 거절을 표현하는 경우 등 사람들은 맥락 속에서 거절의 의미를 알아챈다. 이와 같은 실용적 대화전략에 대한 연구도 미시 사회언어학의 연구 분야다. 거시 사회언어학은 언어에 기능을 부여하거나 규범을 정하는 공동체 차원의 언어 정책을 다룬다. 거시 사회언어학의 경우, 십여 년 전 소설가 복거일 선생을 비롯해 학계 내부에서 영어도 공용어로 규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결과 학계와 언론에서 이에 대한 대대적 연구와 논쟁이 진행됐다. 영어를 공용어로 제정한다는 것은 그 언어만 아는 사람들도 한국에서 전반적인 일상생활을 할 때 어려움이 없음을 뜻하는 역할과 기능을 영어에 부여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언어의 기능과 지위를 결정하는 논의가 거시 사회언어학 연구의 한 분야다.

 
대화 상대와 상황 맥락에 따라 같은 거절의 의미도 다르게 표현된다.

사회언어학의 활용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사회언어학은 주로 언어교육에 많이 활용돼왔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흑인 아동들이 대다수 백인들이 구사하는 표준 영어를 잘 배우지 못하고 학업능력이 떨어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그래서 이 학생들에게 표준 영어를 가르치고 학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이에 이론과 방법을 제시한 것이 사회언어학이다. 흑인 아동의 학업 문제를 백인과 흑인의 우열 문제, 즉 인지적 능력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흑인 아동들이 저소득층 가정 내에서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함에 따라, 비표준적 언어생활을 하게 된다는 사회적 차이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사회언어학적으로 흑인 영어와 표준 영어의 차이와 그 차이에서 파생된 교육 방식에 대해 연구하면서, 사회언어학이 언어교육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어 교육학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어를 교육할 때 한국어 문법책에 있는 내용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어 문법은 규범적이고 이상적이라 실제 언어생활에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급 이상의 한국어 실력이 되면 상황 맥락과 대화 상대에 따른 언어의 변이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특히 대화 상대에 따라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경어법은 문법이 아닌 가장 대표적인 사회언어학적 현상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인간과 기계의 대화가 가능해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문법적 지식뿐 아니라 사람의 말에 상황 맥락을 고려하며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학습도 필요하다. 이때에도 사회언어학적 지식이 활용된다.

사회언어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회언어학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를 거치면서 본격화됐을 정도로 아직까지는 신생 학문이다. 현재는 국내에서 어문학 계열 전공자 중 사회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언어구조와 문법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언어의 실제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언어학적 결과가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연구의 필요성이 점점 커짐과 동시에 많은 연구들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언어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공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언어학을 공부하려면 음운체계 등의 언어학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갖춰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을 보기 이전에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다른 실제적 언어 사용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사회언어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도 자신의 실제 언어 사용 모습을 의식하다 보면 그 안에 사회언어학이 녹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