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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유은진 기자 qwertys@

기업가정신의 시대다. 실업, 불경기, 성장 정체의 해결책으로 누구나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한다. 고도성장기에는 넘치던 기업가정신이, 지금은 약해진 것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소리까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업가정신을 살려야 하나? 전문가들의 답은 이렇다. 첫째, 기업가정신 교육을 해라. 둘째, 창업 자금을 지원해라. 셋째, 실패해도 격려해라. 넷째, 정부는 규제를 줄이고 지원해라. 요컨대 창의성이 풍부한 인재를 길러서, 자금을 지원하고, 칠전팔기하도록 사회가 도우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들이 너무 뚜렷하다 보니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말 이 네 가지가 해결되면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될까? 아쉽게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십여 년, 많은 나라들이 네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고, 일부는 성공했다. 결과는 천지차이. 미국은 스타기업을, 독일은 히든챔피언을 길러냈다. 실업은 줄어들고 성장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게 남은 것은 수많은 약한 중소기업뿐이었다.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성장률은 제자리였다.

도대체 왜? 답은 간단하다. 기업가(entrepreneur)는 늘었지만, 혁신가(innovator)는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과하기 쉽지만, 성장의 핵심은 기업가가 아니라 혁신이다. 그리고 모든 기업가 = 혁신가가 아니다. 기업가의 일부만이 혁신적 기업가(innovative entrepreneur)다. 이들이 늘어나지 않는 한 실업도, 성장도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기업가는 창업을 할 뿐이다. 그러나 혁신적 기업가는 신기술과 새로운 사업모델로 시장을 창출한다. 매출이 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새로운 혁신이 일어난다. 실업은 자연히 줄고, 성장률은 높아진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가? 한국에서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자신감, 창의성, 열정이다. 벤처들은 자금, 정부 지원, 실패에 대한 관용을 이야기한다. 정작 혁신가에게 필요한 세 가지 -기회를 보는 안목, 기술과 사업모델에 대한 최고의 지식, 압도적인 실행력- 는 빠져 있다. 결과는 단순한 아이디어, 새로울 것 없는 기술, 설득력 없는 사업모델의 범람이다. 자금도, 지원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표류다.

대학은 이 문제의 온상이다. 지난 수년간 창업/사업화 센터가 급증했다. 교수도 학생도 창업과 기술이전에 점점 더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입된 금액을 생각하면, 성과는 미미하다. 혁신 없는 창업, 혁신 없는 사업화 때문이다. 더 이상 열정을 이야기하며, 성공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 세계의 혁신기업들은 미래 기회를 선점하고 2등 이하를 시장에서 쓸어내고 있다. 이 나라에, 그리고 대학에, 진정한 혁신가와 그들의 혁신적 기업이 필요한 때다.

신준석 교수
시스템경영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