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병준 편집장 (hbj0929@skkuw.com)

‘토쟁이’라는 말이 있다. 토토, 프로토 등 스포츠 도박에 빠진 사람을 속칭하는 은어다. 또래 학우 중 한두 명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풍문으로라도 이 용어를 들어는 봤을 것이다. 지레짐작하는 이유는 대학가에 토쟁이가 실로 많은 까닭이다. 2014년 한국심리학회가 펴낸 한 논문에 따르면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 전체 가입자 중 34%가 20대 대학생이다. 2012년 조사 때보다 3~4배 증가한 수치다. 이 글을 읽는 학우 본인이 토쟁이일 수도 있겠다.

토토에 이어 최근 가상화폐 열풍이 거세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회원은 134만 명으로 올해 초와 비교해 4배 늘었다. 거래액은 지난달 6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동월 코스닥 거래액 5조 70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가상화폐 국내 거래액은 하루 평균 3조 원 정도라고 한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 할만하다.

광풍의 열기는 대학가도 달구고 있다. 올해 6월 출범한 가상화폐 연구 동아리 ‘크립토팩터’는 우리 학교를 비롯해 서울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서울 시내 8개 대학 학생들이 모여 만든 연합동아리다. 동아리 회장인 우리 학교 어경훈(컴교 14) 학우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 시작할 때는 '그게 뭐야?'하는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들어오려고 해서 (규모가) 확장됐다"며 “가상화폐 시장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연구를 하지 않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소액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1개 가격은 현재 1000만 원이 넘지만, 0.0001개는 약 1000원으로 소수점 단위 거래가 가능하다. ‘지하철비, 컵라면값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식의 가상화폐 거래소 광고문구를, 인터넷 창에서 숱하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대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가 들썩일만하다.

다만 가상화폐를 ‘투자대상’ 보다 ‘투기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우려스럽다. 종잣돈 전부 털어 비트코인 구매했다가 시세 폭락으로 크게 손해 봤다는 대학생, 알바로 모은 자금 들여 일확천금 노렸다가 거래소 서버다운으로 낭패 봤다는 대학생 등의 소식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금융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란 가격변동 제한폭이 없어 손해위험이 크고, 투기나 도박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대학가 비트코인 열풍을 경계한다고 한다. 투자를 벗어난 한탕주의 투기는 어디까지나 도박이고 독약일 뿐이다.

투기열기만 과열되다간, 토쟁이에 이어 ‘빝쟁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것 같다. 빝쟁이란 자작(自作)한 용어로 비트코인의 '빝(Bit)'과 ‘쟁이’의 합성어다. 눈치챘겠지만, 빝쟁이가 빚쟁이 되기는 발음만큼이나 쉽다. 연구와 조심성 없이 대학생의 패기만으로 가상화폐 정글에 뛰어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