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민족주의-양날의 칼
세계에 몇 안 되는 단일민족국가에 해당하는 우리나라는 어릴 적부터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교육받으며 자라왔다. 그래서 얼마 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때 지역과 당파를 넘어서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민족의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민족주의는 사회구성원의 힘을 결집하고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순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민족이라는 명목으로 타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배타적인 정서를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차별까지도 감행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인종적, 민족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은 어느덧 국민들의 의식에 자리잡혀 있어 이들에 대한 차별사례는 매스컴을 통해서도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을 대하는 이중적 잣대
일례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 불명>에서는 기지촌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이 얼마나 사회의 오해와 편견에서 시달림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혼혈인들은 청소년기에 받는 주위의 차별로 인해 취업과 결혼, 경제적인 환경에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들에 대한 각종 인권 유린사태는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로 차별받는 대표적 예다.

그러나 외국인이나 혼혈인이라고 해서 모두 차별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TV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이다도시, 이한우, 로버트 할리 등과 같이 미국, 유럽 등지에서 온 백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백인에 대한 우호심은 흑인과 제3세계 민족에 대한 백안시하는 감정과 맞닿아있다.

 

한국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소수자 차별
그렇다면 이와 같이 한국인이 가지는 민족, 인종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감정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다른 민족을 접할 기회가 없었고 또한 이는 식민지, 외세 개입, 전쟁, 분단 등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과도 연관돼있다. 그리고 식민지 경험을 겪게되자 발달된 민족 개념은 일본을 비롯한 타민족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BK21 정기선(사회) 연구교수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싼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 주변에 있지만 일본은 과거 식민지배의 경험 때문에, 중국은 오랫동안 공산국가 체제에 놓여있어서 이들에 대해서조차 많이 알 기회가 없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 때문에 다양한 민족을 접할 경험을 가지지 못했고 이는 다른 민족에 대한 배타성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으로 대표되는 백인문화의 지배는 미국문화에 대한 추종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이들을 제외한 경제적으로 열등한 나라를 무시하는 경향을 갖게 했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음에도 막연하게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낮은 수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전쟁과 분단 이후에는 북쪽으로 나가는 길이 차단돼 외국으로의 진출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또한 줄어들게 됐다. 이러한 경험들과 함께 영화나 뉴스 등 대중매체는 흑인이나 아랍권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과 이들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국가의 정책적 차별
타민족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인 배제도 한 원인이다. 대표적인 경우로 화교들에 대한 차별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난 화교들도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관리법의 적용을 받아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공무원 및 국가인정 자격부분의 자격취득이 어렵다”며 “외국에서는 화교출신들이 경제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정책적 차별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민족이라는 이름 하에 소수자에 대한 정서적이고 제도적인 차별을 자행해왔다. 따라서 이러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식확립과 제도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염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