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잔재, 사이버 용어, 영어 조기교육 등으로 주체성의 위기 불러 일으켜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영어를 비롯한 외래어의 범람은 우리말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말 한글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또 정확히 사용하고 있을까? 네티즌들에 의해 사이버상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일본 식민지시절로부터 비롯된 일본어의 잔재, 영어조기교육 열풍이 주는 우리말 경시풍조가 주는 영향 등을 생각해보면 우리말이 얼마나 훼손되고 잘못 쓰이고 있는지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말 중 잘못 사용되고 있는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대표적인 예가 바로 ‘데모’를 들 수 있다. 사회에 어떤 중요한 쟁점이 되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이해를 달리하는 이익집단은 각종 집회를 열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된다.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데모’를 한다고 표현한다. Demo는 영어의 Demonstration의 약자로 통념상 생각하기 쉬운 가두시위의 의미라기 보다 오히려 견본이라는 의미가 가깝다. 따라서 데모라는 표현보다 시위 혹은 집회라는 용어가 정확한 것이다. 만약 외래어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성토대회’의 성격이면 ‘Rally’, 소수 인원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면 ‘Picketing’ 그리고 폭력양상을 띄면 ‘Riot’ 평화적 시위는 ‘march’로 정확히 구분돼야 할 것이다. 또한 냄비라는 단어 역시 주의해야 한다. 남비는 원래는 일본어 ‘나베’에서 온 말이라 해서 ‘남비’가 표준어였지만 ‘냄비’로 표준어로 바뀌었다.
그밖에 외래어의 경우는 아니지만 월세의 딴 말인 ‘삭월세(朔月貰)’도 주의해야 한다. 사글세와 함께 써 오던 삭월세는 단순히 한자음을 빌려온 것일 뿐 한자가 갖는 뜻은 없는 것으로 보고, ‘사글세’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위와 같은 용어가 과거로부터 잘못 쓰여진 것이라면 현재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채팅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우리말을 오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살펴보면 △번개(예상치 않은 갑작스런 모임을 주선하는 행위) △삽질(다른 사람이 쓴 글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 등의 새로운 뜻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부터 △즐팅(즐거운 채팅) △설녀(서울 여자) △정팅(정회원 채팅, 정기채팅) △컴섹(컴퓨터 섹스)과 같은 축약어가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통신상에서 신속함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글 맞춤법의 혼란, 문법파괴, 언어폭력 등의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이같이 우리말을 잘못사용하고 있는 것에 관련 성균관한글문화연대 심호창(경영2) 대표는 “우리말에 대한 규정이 있으나 이는 유명무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민족의 주체성에 큰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심 대표는 “현재 대학사회에서 한글사용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잘못된 말을 사용하고는 그 사실자체를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재환(인문3·사학) 군은 “외국어를 사용하기 전에 우선 정확한 우리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관심을 가지고 한다면 이런 일은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박원진 기자 pwj-hp@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