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학생투표 통해 폐지 서울대, 숭실대 등 학과제로 귀향

기자명 정지욱 기자 (esqjung@naver.com)

본교는 96학년 신입생 이후 학생들의 자율적인 전공 선택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모집단위 광역화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전국 국공립대 총장협의회(회장:정석종(전남대) 총장)가 현행 학부제가 대학 교육 부실을 초래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비판하며 모집단위를 학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교육부에 건의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었다. 이와 함께 본교의 경우도 시행 2년째를 맞는 광역화 모집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제도의 실수요자인 학생들 사이에서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한 재논위가 필요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지난 95년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할 기회를 주고 교수간 공동 연구를 통해 교육이 질을 향상시킬 목적 등으로 광역화를 도입, 각 학교에 권장했다. 이후 96년 삼성문화재단이 본교에 들어오면서 대학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전국 대학 최초로 학부제 입학을 시행했다.

이후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이 학부 모집을, 본교와 연세대 등의 대학이 계열화 모집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화 모집이후 각 대학별로 선후배간의 관계 약화,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성 감소로 인한 전문성 결여, 인기학과 편중 지원으로 인한 기초학문 위축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그로 인해 각 대학들이 총학생회, 교수 등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앙대학교는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한 전교생 투표를 통해 광역화제도를 폐지했고 광역화 정책을 배우기 위해 본교를 방문했었던 서울대학교 역시 광역 모집단위를 유지하는 등의 조건으로 교육부로부터 매년 지원 받는 9백70억여원의 BK21 지원금의 감축압력에도 불구하고 모집단위 광역화를 전면적으로 폐지했다. 그밖에 숭실대학교 등 서울 소재 일부대학 역시 계열 모집제도에서 학과제로 모집단위를 대폭 축소했고 연세대학교 등은 계열화 모집 단위 재조정을 논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연세대학교 공대학생회장은 “계열화 시행이후 학생들간 유대관계가 약해져 심지어 같은 과에 소속되어 있는 동기조차도 서로 얼굴을 모른다”며 계열화 입학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본교는 96학년도부터 학부제 시행 01학년도 대계열 모집으로 현재는 양캠 총 56개학과를 5개 계열과 기타 소학부로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화 입학이후 처음 이뤄진 전공 배정에서 일부 학과가 과 정원에 크게 못미치는 인원을 배정 받아 과 학생회가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관련학과의 전공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편 학교측은 이에 대한 보안 정책으로 03학번 신입생부터 수시 입학을 통해 30%를 우선 배정하는 ‘전공 예약제’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이 또한 일부 15개학과 해당돼 광역화 모집으로 드러난 문제점들의 보안 정책으로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전면적인 개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학내의 교육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권위기구인 교육구조특별연구위원회 이한구(철학교수) 위원장은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다”며 “계열화 이후 학생들이 경영학과나 영문, 중문 등 상위권 학과를 기대하고 지원해 입학 성적이 우수한 신입생들이 선발돼는 것이 단적인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학생회 임성환(경제2·경제) 정책팀장은 “사회과학계열 지원자의 90% 이상이 경영학과를 목표로 지원하고 있다”며 “학교측이 의도한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이상 광역화 정책을 이끌고 나 갈 당위성을 잃었다”며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또한 독어독문학과 송두근(어문2·독문) 과학생회장은 “학과 선택이 학생들 인생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놓고 계열화로 인해 전혀 원하지 않는 전공을 배정 받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학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원금과 입학 성적이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학교측은 광역화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광역화 제도를 원한다면 중앙대학교의 예처럼 전체 투표를 통해 실수요자들의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그들을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