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인 평가와 반성 이뤄져야

기자명 이민표 기자 (lmp1018@skku.edu)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새내기배움터를 다녀온 새내기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숙소가 너무 협소하였다, 술안주가 부족하였다, 식사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등의 소박한 불평들이다. 필자 역시 새터에 다녀왔다. 식사를 기다리는 길다란 줄, 선배들이 들고 있는 현란한 깃발을 따라 이리 저리 줄지어 가는 새내기들, 12시가 훨씬 넘은 늦은 시간에 과자 부스러기와 소주를 앞에 두고서 졸고 있는 우리의 새내기들..... 이 것이 필자가 수년동안 보아온 새터의 모습이다.

새내기배움터! 바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새터는 새내기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새내기는 새터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새터를 다녀온 새내기의 말이 새터에서 선배들에게 들은 좋은(?) 얘기는 '열심히 놀아라!'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공연을 구경하고, 선배들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것인가? 유명인기가수의 콘서트를 경험한 새내기들에게 새터에서의 중앙공연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물론 갈수록 사이버 환경과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자라난 새내기들에게 성균인으로서의 동질감을 심어주고 선후배의 인간적 정리를 채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계열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시스템에서는 종래의 학과 단위와 같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어찌 보면 새터가 소속감 또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언가 커다란 기대를 하고 온 새내기들에게 새터가 그리 많은 것을 주지는 못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새터가 지향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학교생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든 아니면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기 위한 것이든 간에 말이다. 방향성이 정확히 설정되어야만 프로그램이 충실해질 수 있다. 학교생활의 가이드를 설정하는 것을 지향한다면 전공설명회, 학생행정, 동아리소개 등의 코너를 마련하고 새내기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아니면 기왕에 학교에서 멀리 나와 풍광이 좋은 곳을 왔으니 성균인의 기개를 함양하자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조별 등반을 한다든지, 체육행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새내기들에게 대학인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기회를 갖자고 한다면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새내기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해보는 것도 매우 값진 경험일 것이다. 사발 그릇에 소주를 돌리는 선배로부터 선후배의 위계질서를 배우던 구태는 벗어나야 한다. 보다 성숙된 새터가 되지 못한다면 이제는 새터의 존재의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종래 우리가 경험하였던 신입생오리엔테이션과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정치적 구호와 반독재투쟁의 당위성을 강요하던 선배들의 웅변이 사라진 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기성의 폐해를 비판하면서도 기성의 관습을 닮아 가는 것이다. 이제는 새터도 달라져야한다. 새내기들이 우리 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성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 새터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서 추웠던 기억, 깡소주에 속쓰린 기억, 식사순서를 한없이 기다리던 기억들이 새터의 추억으로 미화되던 때는 이미 지났다. 새터를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는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대학생활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희망과 즐거움일 것이다.

이번 새터에서 신입생들이 가장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부분은 방배정 문제였다. 방 배정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아 신입생들은 밖에서 두 세 시간 기다려야 했으며, 인원 역시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각 단대에 당초에 배정됐던 방이 상당수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회과학대 등 일부 단대의 방을 다시 반납하고 재배정을 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으며, 배정을 받지 못한 몇 몇 동아리(△다소미 △녹두장군 △혈통 △악화 △성균타임즈 등)는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또한 새터 전 총학과 중운위간의 협의 사항이 상당수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터 전 총학과 동연사이에 합의한 공연 및 식사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학 실무단 및 집행부의 패찰에는 협의와는 다른 시간이 실려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동연측은 공연 준비시간이 두 시간 가량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1차와 2차로 나뉘어 이뤄진 중앙공연 역시 두 시간 가량 지연돼 2차 공연이 새벽 두시 반까지 진행되는 등 운영미숙을 보였다. 이로 인해 각 단대 및 과별로 예정된 행사는 상당수 취소됐다. 이와 관련 김정윤(컴퓨터2) 정보통신대 비대위장은 "준비한 단대 행사가 있었지만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해 각 조장의 합의하에 모두 취소했다"며 운영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중앙공연 역시 지난 새터 와의 차별화를 두는 데 실패했다. 총학은 신입생들에게 성균인의 자부심 고취와 진정한 대학문화 제공을 기조로 삼았다. 이를 위해 예년과는 다르게 유명 연예인을 부르지 않고 본교 동아리 위주의 공연으로서 새내기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본교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려 했지만, 공연시간 지연과 원활치 못한 진행으로 빛이 바랬다. 또한 성균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김형수(정통3) 동연회장은 "총기획은 총학이, 연출은 동연이 담당했던 중앙공연은 한 방향을 가지고 공연이 이뤄지지 못했고, 기조를 살리지 못한 점은 사실"이라고 말해 공연 기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한편, 이번 새터의 경우 인사캠으로 돌아올 경우 3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하는 전례없던 일이 발생했다. 이전 새터의 경우 명륜으로 가길 원할 경우 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각 단대별로 차량 한 대당 3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이와관련 유성율(행정4) 총학 부회장은 "사전에 각 단대에게 이를 사전에 공지를 안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계약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이번 연석중운위 회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새터는 총학과 단대사이의 서로간의 소통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중앙공연 인솔 및 자리배정시 단대와의 소통부족으로 인해 공연시간이 지연됐으며, 마지막 날 일부 단대의 식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총학은 단대상황을 인식하지 못한채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정은(신소재3) 공과대 회장은 "글쓰기 소양 시험이 치러진 후 희망 전공을 신청받아 그 후에 조가 나눠지는 단대 상황을 배려해주지 않고 운영을 했다"며 "전반적인 단대별 상황인식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총학은 새터 진행상의 계획 수립 및 실행에 있어서 치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신입생 인솔과정에서 때론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중운위와의 협의사항을 어기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신입생들 일 것이다. 총학 및 단대는 새터의 주인공은 새내기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간의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누구의 책임 전가보다는 건설적인 평가와 반성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