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교환이라는 본 취지 못살리고 베껴내기식 과제 작성 문제

기자명 김시목 기자 (ksm7904@skku.edu)

대학사회에서 졸업논문과 학습 평가용 레포트를 베껴내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본교 학부졸업예정자가 졸업논문을 베껴서 제출해 논문을 재심의 받은 적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학교측은 전공별 졸업을 위한 취득조건으로 종합시험, 실기시험, 졸업논문제출을 시행했지만 졸업논문제출의 베끼기, 붙여넣기의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종합시험실시, 실기시험 등으로 대체시키고 있다. 실제 졸업을 위해 논문을 제출해야했던 경제학부는 졸업논문의 무의미함으로 인해 종합시험제로 변경해 시행해오고 있다. 경영학부 역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일정한 토익성적 보유를 졸업요건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 경제학부 행정실 강점복 주임은 “짜깁기식 졸업논문이 늘어나는 등 학생들이 졸업논문 제출을 불필요한 절차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졸업종합시험으로 졸업자격을 변경하게됐다”고 말했다.

한편 종합시험, 실기시험과 같이 대안책이 제시되고 있는 졸업논문과는 달리 레포트의 경우는 뚜렷한 대체 방안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피캠퍼스를 비롯한 지식거래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논문은 레포트가 논문으로 가장돼있어 실수요가 적지만 학생들의 요구수준에 적합한 레포트는 실수요가 높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철학과 이종관 교수는 “리포트를 베끼는 일은 학생들로서 윤리에 어긋난 행동이며 지적자해행위”라며 “학생들의 인식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이같은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신입생은 “입학 초 과제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때 선배들이 알려준 곳이 해피캠퍼스”라며 “그 사이트의 자료를 보게 되면 과제를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베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졸업논문과 레포트의 직접적인 평가자인 교수들 역시 지식거래사이트의 악용실태를 봐 왔고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자료들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고는 색출해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종관 교수는 “베껴낸 레포트를 색출해내야 하지만 본연의 교육, 연구활동에 바빠 우연히 눈에 띄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다양한 인터넷사이트의 보급으로 해피캠퍼스, OK캠퍼스 등의 지식거래사이트가 개설된 후 학생들은 이를 이용, 자료를 붙여 넣거나 심지어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자료를 그대로 다운받아 제출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은 학생들의 악용실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해결책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최대 규모의 지식거래 사이트인 해피캠퍼스는 ‘지식을 사고 판다’는 긍정적 취지에서 지난 2000년 6월에 개설돼 현재 총 9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해피캠퍼스는 학생들의 악용으로 인해 지식 교환이라는 개설 취지와는 달리 ‘돈으로 지식을 다 사려는 자세가 과연 바람직한가?’, ‘이런 사이트는 황금만능주의의 산물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등 사이트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문제점은 해피캠퍼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식거래사이트에도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해피캠퍼스 윤이환 마케팅 팀장은 “해피캠퍼스의 목적은 순수한 지식공유에 있었지만 학생들의 악용으로 인해 큰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내부에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을 사고 파는 행위가 지식전파, 공유 등의 본 취지에 충실한다면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고 정보나 지식에 접근하는 과정도 한결 수월해 질 것이다. 하지만 이를 현재 나타나는 문제와 같이 악용할 시에 우리는 능동적 학습자가 아닌 수동적 학습자로 전락해버리고 말것이다.

이와 관련 이종관 교수는 “대학공부는 자기계발의 기회이자 본인의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이를 제대로 학습하지 않을 시에는 장차 자기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했다.

학생들은 대학학습을 일종의 의무라는 인식을 버리고 자기발전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