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부딪쳐오는 거센 억압에도... 통일되는 날 해방되는 날 희망찬 내일위해 싸우며 우린 맞섰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캠퍼스 곳곳에서 울려퍼지던 민중가요 ‘동지갗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캠퍼스 내에서 동지가는 물론 진군가, 인터내셔널가 같은 민중가요를 듣기란 쉽지않다. 이는 더 이상 기층학우들에게 노동자와 빈민의 문제, 반미·반외세문제는 더 이상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한다. 실제로 지난 97년 호남대에서 본격적으로 비권이 등장한 이래 최근들어 학생회에 비권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됐는지 금년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작년에 비해 비권 총학생회가 대거 등장했다. 본교(성대사랑 플러스)를 뿐만 아니라 고려대 안암캠퍼스(비/운/동/권), 한양대 양캠퍼스(소명·소란) 역시 비권총학생회가 당선됐다. 그밖에 비권이 총학생회로 당선된 대학을 살펴보면 수원대, 아주대, 대전대, 충남대, 전북대, 원광대, 협성대, 관동대 등이 있다. 특히 수원대의 경우, 5년째 비권총학이 당선됐다.

이같이 비권이 주목받는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억제됐던 욕구를 분출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이들을 향락·소비·쾌락 등의 개념의 부정적으로 묘사하나 실제 이들은 소비지향적인 것을 제외하면 공동체 구속보다는 개인의 생활과 시간관리에 가치를 둔다. 이와 관련 임영택(법2) 33대 총학생회 전 문화부국장은 “군부독재가 끝나고 어느정도 절차적 민주화가 달성된 것이 시대적 상황”이라며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으로 정치투쟁은 기층학우들로부터 외면만 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군은 “총학생회란 모든 학생들의 대표체인 만큼 학생들이 원하는 학내복지사업이나 문화행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지환(사회과학3·정외) 군은 “확실히 비권 총학생회가 보는 학생회의 관점이 다른 것 같다”며 “금년 비권 총학생회는 민주주의의 장으로서의 운영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군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지금의 삶에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다 뒤처지면 소외될 수 밖에 없다는 ‘포섭에 대한 환상과 배제에 대한 공포’가 학생들을 정치로부터 무관심시킨다”고 말했다.

지난 7, 80년대의 대학문화가 운동권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었다면 90년대 들어 이들의 목소리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점차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비권이든 운동권이든 총학생회는 학생들이 선출한 대표기구인 만큼 학생들의 요구와 권익을 귀기울여야 한다.

최진우 기자 huska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