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와 유로통합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유럽연합(EU)국가 중 12개 회원국은 더 이상 자국화폐를 폐지하고 단일 통화인 유로화만을 사용, 역내 단일경제권을 완성했다. 이번 단일 유로화의 출범은 단지 환전의 번거로움을 극복하고 역내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으로 얻어질 경제적 이득만을 목적만이 아니라 하나의 유럽이란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수단으로 봐야 한다. 같은 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차 심화될 정치통합과 유럽연방의 미래상을 그려내는 목적으로 ‘유럽의 미래에 관한 회의’가 열였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사실 유럽통합에 대한 움직임은 이미 수세기전부터 존재했다. 유럽단일통화의 역사는 794년 샤를마뉴대제가 신성로마제국 전지역에 은화를 발행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어 프랑스 나폴레옹 1세는 1807년 5월 “모든 유럽이 같은 돈을 쓰는 체제가 확립되면 역내무역에 대단히 유리할 것”이라 말한바 있다. 나폴레옹 코드 역시 하나의 유럽을 염두해 둔 것이었다. 우리에게 「레미제라블」작가로 알려진 빅토르 위고 역시 1855년 의원시절 유럽통합과 단일통화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30년대 독일의 정치지리학자 하우스호퍼는 생활권 이론을 통해 유럽이 자급자족하는 광역경제권을 형성해야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럽공동체에서 발전한 유럽연합은 바로 이 이론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다. 이렇듯 유럽통합은 유럽인들에게 오랜 숙원이었고 이번 유로화의 출범으로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간 셈이다.

한편 단일 유로화가 출범함에 따라 한·중·일 3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중심이 돼 동아시아차원에서 단일통화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의 연쇄적인 경제위기 이후 많은 전문가 및 언론에서 동아시아 단일통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대근(경제) 교수는 “동아시아에도 유로화와 유사한 단일통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단지 경제규모에서 현재 일본이 가장 앞선다는 이유로 엔화를 단일통화로 쓰기엔 무리며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앞으로 유로화는 역내 단일통화로써 발전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국제적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유럽의 화폐통합이 유럽통합을 향한 수단임을 고려할 때 더 생각해 볼 문제는 유로화가 나폴레옹 전쟁 이후 근대 민족주의이념에 입각해 나타난 근대국가의 기틀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유럽의 정치통합이 이뤄지면 대혁명 이후 민족주의 이념을 고수해온 현재의 헌법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유럽의 정치통합을 논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유로화 출범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하는 점이 많다. 단지 경제적 관점 뿐 아니라 유럽통합에 대한 인문·사회적 관점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진우 기자 huska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