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성욕 당연시하는 인식부터 전환해야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1월말 군산 개복동 윤락가 화재사건은 14명의 무고한 매춘여성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매춘여성들이 각종문서의 노예로 빚더미에 앉은 채 감금상태로 죽어간 사실에 분노했으며 시민단체는 매매춘 문제가 단순한 여성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인권전체의 문제임을 주장하며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이하:성매매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데 연대의 뜻을 모으고 있다.


매춘? 매매춘!
매매춘이란 ‘상호익명을 전제하고 금품수수를 매개로 몸의 접촉을 통해 이뤄지는 성교중심의 성적행위’를 말한다. 이는 자본과 인간의 신체가 교환되고, 일정시간 인간에 대한 배타적인 사용권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명백히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는 매매춘의 용어조차도 ‘매춘’과 혼동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와서야 성을 파는 여성만을 문제를 삼는 ‘매춘(賣春)’이 성을 파는 자와 사는 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용어인 ‘매매춘(賣買春)’으로 대체된 것은 아직까지도 매매춘을 보는 시각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매매춘의 역사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통치에 대한 반발심을 무마시키고자 일제에 의해 주입된 공창제도는 매매춘의 확산과 사창의 번성을 불러일으켰고, 미군정에 의한 새로운 매춘문화로 이어지게 됐다. 또한 6∼70년대에는 경제성장의 구호아래 매매춘을 관광산업의 수완으로서 용인하거나 장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매춘여성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H단체의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일제시대 때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7∼80년대 매춘업이 성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천박한 자본주의와 군사주의, 가부장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등 많은 국가들이 매매춘을 위법으로 규정, 위반자를 처벌하는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매매춘은 음지에서 다양한 양상을 띠며 급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지난 군산 개복동 화재사건에서 보듯이 윤락업소 여성들의 인권침해는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사각지대 속의 매춘여성
우선 매춘여성들은 처음에는 고수익을 거두지만 화대의 분배와 강제적인 벌금 징수 등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면 포주들로 하여금 합법적인 인신구속과 매매를 가능케 한다. 또한 자신이 일한 노동에 대한 대가조차도 받지 못한 채 법정 노동시간이나 휴가일수 등 기본적인 노동자들이 누리는 권리를 박탈당한다. 이러한 인권유린은 성적, 경제적 착취뿐만 아니라 언어적, 육체적, 정신적 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연희 실장은 “하루 평균 10명의 손님을 상대하며 성적 착취에 시달리다 보니 매춘여성들은 옷조차도 빨지 못하는, 다시 말해 생산적인 노동능력이 없는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성적 착취가 가져오는 정신의 황폐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인 구조망은 너무 느슨하다. 매춘여성들은 매춘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포주들의 감시뿐만 아니라 포주들의 압력을 받은 경찰과 공무원의 묵인, 방조로 인해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매춘 여성이 매춘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로막는 사회적인 구조와 인식이다. 남성의 성욕을 당연시하는 잘못된 인식이 돈을 매개로 성적 쾌락을 위해 여성의 성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묵인하는데 일조 한다. 공정한 태도를 가지고 보도해야하는 언론도 매춘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보다는 매춘여성을 선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일탈자로 취급해 매춘문제를 한낱 흥밋거리로 보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실장은 “매매춘은 옛날부터 존재해왔고 이를 없애기란 불가능하다는 생각의 근저에는 남성성에 대한 근거 없는 너그러움이 깔려있다”며 “세상에 수없이 많은 사기와 폭력들이 예전부터 존재했고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사기와 폭력들을 그냥 내버려둘 것인갚라고 반문했다.
노예제도는 폐지됐지만 돈을 매개로 인간이 인간을 소유할 수 있는 일시적인 노예상태는 사회곳곳에 매매춘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사회적인 제도와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인신매매 3등급 국가라는 족쇄를 벗어나기란 요원할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