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거시적 문제의식 공유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미관계의 본질적 속성은 국내외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성격을 달리해 왔다. 주한미군 문제는 양국관계의 복잡성을 비교적 손쉽게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편리한 단초를 제공해준다.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한·미 양국간의 불평등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시작된 것은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고조되면서 자연스럽게 한미 양국간의 비민주적 불평등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기 시작했고 이 한 가운데에 주한미군 문제가 자리잡게 된다. 사회구성원들간의 정치적 합의와 정치적 지배연합의 민주적 순환을 전제로 하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발달은 공교롭게도 국제적인 수준의 담론에 있어서 한·미관계의 불평등 관계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됐던 것이다.

김영삼 정부에 들어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독소조항들에 대한 부분적인 개정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 정부의 요구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의 경우와는 조금씩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 독일 등의 국가들이 미국과 맺고 있는 주둔군지위협정과 비교해볼 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 문제로 대표되는 한·미간의 국제적 지위의 불평등관계의 해결은 SOFA 개정운동 등의 차원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보다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우선 주한미군 주둔의 함의를 간결하게 이야기하자면 자국내의 영토를 외국군의 주둔을 위해 내어주고 대신 자국은 국가안보를 보장받는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다분히 냉전적 사고의 잔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엄청난 군사기술의 발달로 기지의 점령을 통한 안보위협의 제거가 그 상징성을 상당부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진전은 결과적으로 미군의 주둔이 오랫동안 담보하였던 대북한 억지력을 상당부분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군은 상당부분 철수시키고 공군력과 특수전 목적의 형태로 주한미군 주둔의 성격을 대폭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주한미군의 성격 역시 동북아의 집단적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사실 주한미군 문제는 ‘햇볕정책’의 경우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동시에 남남갈등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문제를 한반도의 평화보장이라는 미시적인 수준의 접근에서 벗어나 동북아의 지역안정을 위한 안보담지자로서의 역할이라는 수준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SOFA 개정 문제를 포함했다. 주한미군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불평등 관계도 이러한 거시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공유가 가능할 때만이 보다 손쉬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인휘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