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민씨 정권의 사리사욕과 구한말 청나라군
한국 근·현대사의 외국군 주둔은 구한말 청나라군의 주둔으로 시작된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주둔하기 시작한 청군은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 주둔했다. 청군은 갑신정변에 대해 유혈진압을 통해 저지함으로써 조선내부의 근대적 변혁을 저지했으며, 이후 10년간 자주적인 근대적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러한 청군의 주둔을 끌어들인 배경에는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민씨일족이 있었다. 1884년 청나라가 베트남의 종주권을 둘러싸고 프랑스와의 전쟁에 돌입하자 청나라는 조선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의 절반을 철군을 준비했고 민씨일족의 우두머리였던 민영준은 청군의 철수를 만류했다는 일화가 있다. 결국 청군의 주둔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유지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백여 년전의 힘없는 조상을 비난할 만큼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좀더 생각해봐야 한다.

식민통치의 물리적 기반, 조선주둔 일본군
식민지 당시 일본제국주의 무력기반은 현재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는 용산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2개 사단이었다. 일본의 식민지 경영이 서구제국주의와 차이점은 서구제국주의가 기업가 및 선교사 등의 자국민보호 명분으로 주둔했던 반면 일본은 영토확장을 위해 군부의 요구가 앞서 반영됐다. 식민지에 주둔한 군대에 대한 이러한 마인드는 식민지 경영뿐만 아니라 독립 이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와 관련 신주백 BK21 연구교수는 “일본제국주의는 천황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며 그들의 운명을 천황의 그것과 동일시 여기는 집단”이라며 “건국초기 한국사회 고위층 인맥 대다수가 일본군 혹은 친일관료출신임을 생각하면 이들이 사회의 정신구조를 생각하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전쟁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한 양민학살에서 보듯 일본군의 인명경시 사상은 지금의 정치문화 영역에 영향을 끼쳐 권위주의, 남성우월주의의 정치문화를 낳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키는 수호신, 주한미군
주한미군의 존재를 빼면 대한민국의 역사를 설명하기 힘들 듯 주한미군이 한국현대사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고 안보(?)와 질서를 유지하는 물리적 기반이나 다름없었다.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에 끼치는 영향의 공과에 대해선 논란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주한미군은 이제 우리의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신 교수는 “외국군이 주권국가의 수도에 주둔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해당국 주권에 대한 관여가 전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역사문제연구소(소장:서중석 사학 교수) 이신철 연구원은 “힘의 논리와 균형을 주장하는 주한미군의 논리는 평화와 공존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한 마지막 외국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무엇인가
최근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잠시 사람들의 화두를 벗어났긴 하지만 용산 미군기지 문제, 그리고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한국전쟁 당시의 노근리 학살논란과 매향리 사격장문제 등으로 한국사회에서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주한미군 혹은 한·미관계를 생각할 때 한쪽으로 치우친 감정적 대응보다 객관적이고 역사적 접근으로 좀더 넓은 시각에서의 고찰이 필요하다.

지난날 한국사를 살펴보면 웅진도독부의 당나라군을 시작으로 명나라군, 청나라군, 일본군 등이 우리 민족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주한미군 역시 한반도를 거쳐간 수많은 외국군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반도의 외국군 주둔은 그 시기를 초월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외국군의 주둔은 정칟군사적 영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영역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또한 간과해선 안될 점은 외국군의 주둔은 결코 우리의 국력이 약해서 생긴 문제만은 아니다. 외국군 주둔은 당시 지배계층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와 관련 신 교수는 “이는 외세를 대하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며 “전세계에도 한국만큼 강대국에 둘러쌓여 있어도 외세 의존없이 떳떳하게 자주독립국가를 유지하는 나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야누스의 두 얼굴, 침략자(?) … 문화전파자(?)
하지만 외국군의 직접 지배 혹은 간섭 정책이 반드시 부정적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외국군주둔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선진문물의 시혜자와 인적·경제적 수탈자의 모습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 낙랑군과 한사군은 우리민족에 철기문화를 전래했고, 특히 외국군이 중국왕조일 경우 대외종속이라는 부정적 측면과 함께 앞선 선진기술과 문화를 전수하는 파이프 역할을 담당해 기존의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점은 외국군 주둔이 주는 긍정적 효과의 이면에는 침략의 본질이 숨겨져 있고 긍정적 역할보단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

최진우 기자 huska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