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배제와 편향적인 정책으로 퇴색된 경제 개혁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김대중 정부의 노동정책은 정권 자체가 보수정당인 자민련과의 공조로 이뤄진 소수파 정권이라는 점과 집권 초반 IMF에 의해 경제정책에 관한 지나친 간섭 등으로 진보적이고 소신있는 개혁을 추진하기에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나마 노동정책의 성과라고 평가되는 노사정 위원회(위원장:장영철, 이하:노사정위)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노사정위란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측이 주도, 지난 98년 1월에 발족된 기구이며, 유럽의 3자 합의기구를 모델로 했다. 유럽의 경우 중도좌파정부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주기 때문에 3자 합의기구가 노동자의 실질적 권익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가 노사정위를 통해 자본가의 권력을 증대시키고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하는 편향적인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현재 노사정위는 3기까지 진행된 상태이며, 1기 노사정위에서는 △공무원노조 합법화, 복수노조 허용, 전교조 합법화 등의 노동기본권 보장 △정리해고 △파견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정리해고, 파견근무제의 사안만을 합의 후 통과시키고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합의하지 않았다.
이어 김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상황에서 출범한 2기 노사정위 역시 퇴출기업 발표, 공기업화 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안을 다뤘다. 그러나 전교조의 단체행동권 보장이나 공무원 노조 합법화 등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임시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수호) 박강우 정책국장은 “정부는 외자유치를 위해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구조조정 관련 사안만을 통과시키는 반면 노동기본권은 전혀 보장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중인 3기 노사정위는 주5일 근무제 시행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2000년 5월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구성, 활동했으나 주5일 근무제의 논의가 왜곡됐다는 비판이 노동·사회단체 및 학계에서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정책국장은 “노사정위가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내세운 조건으로 월급 및 휴가삭감, 중소영세 노동자와 비정규직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육성, 금융세제혜택 등을 통해 약자의 희생이 없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발전·철도 노조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 배제적인 모습을 또다시 드러냈다. 파업 후 사업장에 복귀한 노조원들은 회사측으로부터 파업 손실에 대한 책임 질책을 받고 서약서 작성을 강요받는 등 심한 탄압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정책국장은 “이번 파업을 통해 정부의 노동정책은 신자유주의 이론에 부합한 정책만을 지지하며, 노동자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일반인들에게 사회적 합의기구로 인식돼 노사정위에서 합의된 사항이 전체노동자들의 합의하에 이뤄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전체노동자의 의견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산업별 노조의 발전과 더불어 노사정간의 광범위한 대화와 교섭이 필요할 것이다.

김시화 기자 diwa82@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