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 고양으로 비판적 대미관 확산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국에 있어 미국은 특별한 존재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철저한 미국의 보호 아래 진행됐고, 정치, 사회제도는 미국식을 모방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군대는 규모로나 역사상 유래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담론은 자유롭지 못했으며, 지난 군사독재 시절은 물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도 미국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민들의 반미감정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본교의 경우 자주통일을 방해하고 전쟁무기 강매를 종용하는 미국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된 반미구국단식단(단장:이보람(교육3))이 2주일 간 단식투쟁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단식단원 김형배(교육4)군은 “6·15공동선언을 파탄시키고 한반도핵전쟁을 준비하는 미국의  행위로 인해 시민들의 반미감정이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반미감정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과거 반미운동은 운동권과 재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소수의 의견이었던 것에 반해 요즘은 대학생 및 일반인, 심지어 중·고등학생에게까지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은 탈냉전과 민주화라는 시대적 상황과 관계가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발전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반도의 냉전대결구조가 해소되길 바라는데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이 남북화해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과거 권력자들은 국내에서 정치적 정당성이 부족한 것을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보완하기 위해 의존적 대미외교를 추진해왔으나 최근 10년간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시민들은 정치지도자들이 좀더 떳떳하게 미국을 대하길 바라고 있다. 이와 관련 정현백(사학) 교수는 “과거 시민들은 미국에 대한 정보차단과 왜곡으로 인해 미국을 우호적, 추종적으로 대했으나 시민사회의 발달과 더불어 시민의식이 높아져 반미의식이 고조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F­15K가 차기전투기로 확정되자 네티즌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폭주, 국방부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지난 2월 중순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실시된 F­15K 반대 서명운동에 6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전개된 미제 불매운동의 여파로 최근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국내에서 팔리는 미국제품의 매출이 5∼10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인터넷의 발달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의 특징으로 시민들의 활발한 반미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러한 반미감정이 단순한 민족주의적 발상 혹은 한국인의 냄비근성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판정시비로 인해 전국민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미감정은 최근들어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정치, 경제, 군사적 관계가 오랜 기간 엇물려 점진적으로 쌓여온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최근 일어난 반미감정은 그만큼 시민의식이 고양됐다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반미활동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시화 기자 diwa82@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