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경쟁속에 저질화 돼가는 연예프로그램,방송사간 과열경쟁 막고 문화적 공공성 높여야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인기 그룹의 한 멤버가 오락프로그램 촬영 도중, 묘기를 부리다가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공중파 오락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일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연예프로그램에서 노정되는 문제점 또한 이뿐만이 아니다. 오락프로그램 진행자의 겹치기 출연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오락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연예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소재의 빈곤을 불러일으켜 오락프로그램은 진행자의 입담에 의존하거나 허술한 구성으로 일관, 오락프로그램 간의 차별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오락프로그램은 연예인 개인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공개하거나 이를 가십거리로 삼는 장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오락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채널을 돌리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돼버렸다.

이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방송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열린 연예프로그램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서강대 이동연 강사는 “시청률이 곧 광고계약의 기준이 되는 만큼 방송사로서는 불가피하게 연예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늘리거나 현존하는 프로그램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려는 전략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프로그램의 심각성은 단순히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연예인 수는 증가했고 이들을 관리하는 연예제작사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방송사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방송사는 증가된 연예인들의 생존을 위해 오락프로그램을 축소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공동대표:도정일, 이하:문화연대) 박고은씨는 “시청률 경쟁 속에 감추어진 연예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와 연예프로그램간의 공생관계,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간의 이해관계 등 복잡한 고리들이 얽혀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은 오랜 시간 연예프로그램간의 경쟁과 이해관계 속에서 곪아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송해룡(신방) 교수는 “이제까지 연예프로그램를 오락물로만 생각했을 뿐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며 연예프로그램의 문제에 대한 제작자와 수용자의 인식부족을 요인으로 들었다.

한편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보도·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고 시청자층의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오락프로그램의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하락을 가져오게 됐다.

지난 97년 경제위기 이후 TV가 값싼 오락매체로서 기능을 하게 되자 지상파 방송의 연예·오락프로그램은 수적인 증가와 함께 주말의 황금시간대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차지하고 있는 부분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고 이것의 수용자인 시청자를 구경꾼으로 전락시켰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 박씨는 “시청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진정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방송사간의 시청률 과열 경쟁을 막고 문화적 공공성을 높일 수 있도록 방송사 제작진들간의 최소한의 원칙을 만들고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이 강사는 “시청자는 압력행사를 통해 올바른 권리를 주장하며 방송국 스스로는 자기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을 제시했다. 이처럼 오락프로그램이 단순한 오락성 추구에서 벗어나 정보를 제공하고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제와 시청자의 인식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