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통해 장애인의 실질적인 참정권 보장해야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장애인은 법적으로 참정권이 보장돼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 있어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선거와 후보자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렵고, 편의 시설의 미비로 인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선거 방송에 수화와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후보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을 수 없으며 시각 장애인들은 선관위가 선거 공보의 분량에 제한을 두고 있어 점자로 된 공보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부재자 신고를 통해 투표를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고 절차가 복잡해 사실상 투표를 포기해야 하며 정신지체 장애인은 보조요원을 동반하여 투표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적으로 투표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장애인의 참정권이 서류상의 권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장애인 단체들은 올해 실질적인 권리 확보를 위해 선거법 개정안을 대법원에 청원했다. 개정안에서 이들은 △점자와 음성의 정보제공을 통한 선거정보 접근권 보장 △부재자 투표 절차 간소화 및 적용 대상 확대 △투표 참여의 이동권 보장 △접근 가능성을 고려한 투표 장소 선정 △편의시설 설치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한 모의투표 교육 실시 △시각 장애인의 비밀투표를 위한 점자 투표용지 제공 △장애인 선관위 선출 등의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참정권이 걸음마 수준인데 반해 미국의 경우에는 각 주마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모든 장애인에게 부재자 투표를 허용 △괌은 선거 관리인이 장애인의 집을 방문하여 부재자 투표를 보장 △미시시피는 길거리 투표의 허용 및 투표 보조를 제공한다. 이처럼 거의 모든 주에서 장애인이 접근이 가능한 장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며 이동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우편접수와 선거관리인의 도움을 통한 부재자 투표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또한 투표소에서도 보조요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고 돋보기와 녹음 테이프 등을 제공해 시각·청각 장애인을 돕고 있다.

선진국의 장애인 정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도 6.13 지방선거에서 장애인에게 참정권을 보장하려는 선관위의 노력이 있었다. 장애인들의 접근 가능성을 고려해 투표장소의 93%를 1층으로 배정하고, 선거전에 장애인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갖는가 하면 정신지체 장애자를 위한 모의투표 교육도 실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이와 관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소장:김정열) 여준민 간사는 “법을 통한 보장이 아닌 일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국가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법이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10년이 넘게 계속돼 왔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참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항의방문, 투표거부 등의 활동을 벌여왔던 것이다. 이와 관련 여간사는 “지속적으로 장애인의 투표소 접근권에 관해 문제제기를 해왔으며 이에 관해 지난 5월에 승소판결을 받았다”며 “궁극적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인 권리 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포기하지 말고 선거에 참여하고 힘을 모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태조사와 의식조사에서 장애인의 선거 의식과 정치 관심도는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 그동안 장애인들은 참정권을 행사하고자 해도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정당한 권리를 실현할 수 없었음이 드러났다. 앞으로는 개정될 선거법에 힘입어 장애를 이유로 참정권이 제약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은경 기자 lajie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