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기자명 박명호 편집장 (freshnblue@skku.edu)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을 개탄하며 정치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 익숙해 있다. 정치인들은 일반 사람들의 술자리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재이며, 언론에서는 연일 정치인들을 향한 비판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렇게 정치인을 떠올리면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데는 익숙하면서도 정치 현실을 바꾸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인 투표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선거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날을 단순히 쉬면서 놀러 가는 날로 인식하고 있어 그것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쉽게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투표하고자 해도 하지 못하는 대학생 유권자 많아
하지만 정작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지방 학생들은 주소이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로 유학을 오고, 선거 날에 고향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선거권은 사장된다. 부재자 투표를 하기도 하지만, 그러기엔 복잡한 절차와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되는 각 구청으로 직접 찾아가야 하는 등의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은 투표를 한다는 것을 잊기 쉽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에 젊은 층에 만연한 정치적 무관심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노력 역시 존재해 왔는데,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가 학내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본교도 대학원총학생회, 도서관자치위원회 등이 참여한 ‘성균관대 대학생 유권자네트워크’에서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관할구역 내에 거소를 둔 부재자투표예상자가 2천명을 넘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부재자투표소를 운영할 수 있음을 명문화하고 있다. 인사캠의 경우, 학부생의 40%, 대학원생의 60% 정도가 지방 학생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수도권으로 주소를 이전한 학생 수는 소수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심원철(경제4) 군은 “전체 지방 학생들 가운데 절반만 접수해도 충분히 2천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양캠이 나뉘어져 있어 불리하지만 필요한 인원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10개 대학에서 부재자 투표 추진 중에 있어
현재 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건국대 등 10개 대학이다. ‘2030 유권자네트워크’에서 주도하고 있는 투표소 설치 운동을 하고 있는 이들 역시 부재자투표소 설치에 필요한 최소 인원인 2천명을 넘어설 것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박철성 관리계장은 “아직 대학 내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해 본 적이 없어서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본격적인 검토가 완료되면 확실한 언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례가 없는 일인 관계로 상급단체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설치된다 해도 여러 가지 사정상 긴 시간동안 설치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해 유권자운동을 추진하는 측과의 생각의 차이를 보였다.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
이러한 움직임은 과연 어떻게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학언론인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김한결 군은 “단순한 투표 참여 캠페인은 한계가 있기에 이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데, 지방에 고향을 둔 학생들로 인한 부재자의 수가 상당한 상황에서 부재자 투표율을 올리는 일은 중요하다. 부재자 투표소를 통한 투표율 제고는 정치적 관심을 높이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학우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점과 정치에 대한 불신을 젊은 층을 위한 정책에 반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군은 “젊은이들이 바라는 정책들을 반영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움직이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한 달 남짓 남은 대통령 선거. 하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선거에 대한 관심을 접어 둔 채 단순한 공휴일로만 인식해 온 지 오래다. 이러한 인식에 조금이나마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몇몇 학우들은 대학 내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율이 저조하다면 책임은 전적으로 학생 개개인에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