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5 학벌없는 사회 권력집중과 패거리주의 낳는 학벌타파 위해 대선주자와의 토론회 등 현실적 대안 모색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6일에는 2003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전국 약 68만 명의 학생들은 명문대 입학의 꿈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뤘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능은 왜 이렇게 중요한가. 수능은 단지 대학의 입학시험일 뿐이지만 그 대학은 자신이 살아갈 ‘계급’을 결정짓는 간판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고작 18세에 따놓은 간판에 따라 인생의 쓴맛 단맛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특정 대학에 들어감으로 해서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학벌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합리한 방식으로 권력과 특권의 분배를 조장하는 학벌을 타파하기 위해 학벌없는사회는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학벌없는사회(공동대표:홍훈, 홍세화)는 ‘함께 하는 시민행동’내의 ‘바른 교육을 위한 시민행동’이라는 교육 분과에서 시작해 학벌 타파를 모토로 지난 99년 9월에 설립됐다. 그동안 현 교육은 불합리한 권력의 분배구조를 양산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때문에 학벌없는사회에서는 교육 개혁을 교육개혁 시민연대, 전교조 등과의 연합 활동과 문예 아카데미에 청소년을 위한 푸른 교실, ‘진보란 무엇인가?’ 등의 수업을 개설해 펼쳐왔다. 또한 월례 토론회를 통해서는 권력 집중화의 정점에 서있는 서울대 개혁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으며, 최근에는 대선 주자들과의 토론회를 통해 단순한 교육 투쟁을 넘어서 계급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정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산하의 대학생 모임은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학벌없는사회에서는 자금만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지난 수능 때는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전국 대학생 모임을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오프라인의 활동은 활발한 반면 아직까지 온라인에서는 자유게시판을 제외하면 별다른 활동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올해 안으로 학벌없는사회에서 제안하는 대안을 함께 논의하는 난상 토론 형식의 사이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학벌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에 힘써온 결과로 △대학 평준화 △공직자 할당제 △수능의 자격고시화 등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드는 대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한편 학벌없는사회는 △웹사이트 △오프라인 △후원의 밤 행사 등을 통해 얻어진 개미 회원들의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가해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학벌 자체가 갖는 미묘한 성격 탓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와 관련 학벌없는사회 현미정 간사는 “학벌에 대한 문제의식은 모두가 갖고 있으면서도 직접적인 참여는 많이 꺼리고 있다”며 “권력 사이클에 속하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서 참여하지 않고, 그 외 사람들은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자칫 다른 사람들에게 학벌이 좋지 못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학벌은 그동안 현대판 카스트 제도로 불리며 하나의 ‘계급’으로 작용해 권력의 집중화를 낳는 주원인이 돼왔다. 즉, 일부 구성원에게 특권 의식을 부여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발전의 걸림돌일 뿐이었던 것이다. 학벌의 고리는 끊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혁을 통한 교육의 정상화와 현실적인 대응책의 마련에 학벌없는사회가 많은 기여를 하게되길 기대한다.

이은경 기자 lajiel@mail.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