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간 불평등 개선 위해 93년 설립, 미군 범죄의 올바른 판결과 SOFA 개정노력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매일 저녁 6시가 되면 광화문은 장사진을 이룬다. 억울하게 간 젊은 넋을 위로하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발단은 미군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서 시작됐다. 최근 이 사건을 일으킨 미군 병사가 무죄 평결을 받으면서 우리 국민은 SOFA의 불평등함을 비로소 자각하게 됐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범죄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미군은 우리의 안보를 지켜준다는 명목 하에 주둔하면서 수많은 범죄를 일으켰음에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는 지난 97년부터 2001년 7월까지 약 2천4백여 건의 미군범죄가 발생하고도 단 세 건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통계가 말해준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본부장:문대골, 이하:운동본부)는 주한미군 범죄의 올바른 판결과 SOFA의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운동본부는 지난 92년 미군클럽의 여종업원이 성관계를 거부하다 미군에게 살해당한‘윤금이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인권, 시민 등 각계의 단체가 구성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대책위)에서 시작됐다. 10개월 간의 활동 속에서 대책위는 미군범죄피해자의 인권보호와 SOFA개정을 위해서는 상설조직이 필요함을 절감, 이에 대책위를 해산하고 한미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개선해 △인권 △평화 △민족자주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지난 93년 10월 26일에 운동본부를 설립했다.

그동안 운동본부는 △전국 10개의 미군주둔 지역에 범죄 신고센터를 개설, 신고를 직접 받는 등의 피해자구조활동 △미군기지 실태 조사 △기지촌 여성의 인권 보호 △미군관련 자료 조사와 연구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SOFA 개정을 위해 국회와 외무부에 청원하고 홍보자료집을 제작·배포해 왔으며, 지난 94년 12월 28일부터 매주 금요일에는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집회와 사진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이러한 많은 활동 가운데서도 운동본부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미군범죄의 피해자들을 돕는 일이다. 이에 대해 이소희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비로소 미군범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지, 구체적으로 SOFA의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운동본부는 주로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시민 단체들처럼 재정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이러한 재정 부족이 인력 부족으로까지 이어져 운동본부가 하고자 하는 일은 많은데 비해 할 수 있는 일이 적은 실정이다.

주한미군은 세계 곳곳에 주둔해 있는데도, 유독 국내에서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주한미군은 점령군에 가깝다. 현재 미군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작전지휘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00년 일본에서 오키나와 여중생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 생명을 둘이나 앗아가고도 전화로 유감을 표명한 우리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한미간의 불평등 관계가 주한미군의 오만함을 낳고, 일상에서는 숱한 범죄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한다. 드디어 반미의 불꽃이 타올라 매일 반미 시위가 끊이지 않고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미선이와 효순이를 살려내라”고 외치고 있다. 운동본부의 노력이 어렵게 시작된 국민적 바람에 많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

이은경 기자 lajiel@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