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반미의 물결

기자명 박명호 기자 (freshnblue@skku.edu)

여중생 두 명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모두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진 후, 많은 시민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또한 이전처럼 그저 분노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벌어지는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백악관 서버에 사이버시위를 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3시), 광화문 사거리 앞에서는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故)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 범대위) 주최로 ‘평화 촛불 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오늘까지 15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 집회는 날로 참여하는 시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부모를 따라 나온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대학생, 사회인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여하고 있었다. 처음에 80여명만이 참여하던 것이 현재는 3백여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나름의 규모를 갖춘 집회로 발전했다. 이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범대위 이관복 상임고문은 “이제야 국민들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체를 알아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나라가 자주적인 주권을 펼칠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집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임승연 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라며 그 동안의 무관심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 문규현 신부) 소속 신부 9명이 지난 2일부터 오늘까지 미군의 회개와 SOFA 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천막도 없이 노숙자처럼 농성에 임하며 추위와 싸우고 있다. 농성에 참여중인 방상복 신부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미국에 빼앗긴 주권을 찾아야 한다. 미군의 손에 죽어간 두 여중생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오고, 먹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미군에 대한 무죄 평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살인미군 처벌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식 사과 △SOFA 개정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혹자는 이것이 성과를 얻기 힘든 일로 보기도 하고,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것으로도 현재 시민들의 분노를 막을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