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들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월드컵이 한창이었던 6월 중순, 붉은 악마의 열기에 두 소녀의 억울한 죽음이 묻혀졌다. 의정부에서 미군 소속 장갑차가 앞서 가던 두 여중생을 치어 죽인 사고가 발생한 것. 월드컵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자 이 사건은 시민단체와 유가족의 반발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지만 미군은 자체조사를 통해 훈련도중 일어난 단순한 ‘사고’라고 발표하며 무마시키려 했다. 이후 조사과정에 있어서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미국은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잘못과 책임이 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책임자의 처벌문제에 있어서는 회피하다가 지난 달 22일 여중생 미군 궤도차량 사망 사건과 관련, 기소된 미군 2명에 대해 모두 무죄평결을 내림으로써 이 사건은 학계, 문화계, 시민단체 등을 막론하고 각계 각층의 반미시위로 이어졌다.

반미운동, 감정적 대응을 넘어서
사이버 시위에서부터 촛불 시위까지 일파만파로 번진 반미 감정은 오는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까지 등장하면서 전 국민적 차원으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 고려대 박인휘(정외) 연구교수는 “이제까지 반미 감정은 정서적인 측면과 논리적인 측면이 분리되지 않은 채 정형화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번 반미 시위는 과거의 정서적이고 즉흥적 차원에서 벗어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 같아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이하:운동본부, 본부장:문대골) 이소희 사무국장은 이번 반미 운동을 “소수 운동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로까지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졈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이것이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다양한 계층들을 조직적으로 묶어내고 실천력을 담보해내기 위한 시민, 사회운동 영역의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SOFA 문제, 다시 떠오르다
이번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SOFA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문제시되는 조항은 재판권 문제에서 공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군당국이 하게 되는 조건 하에 공무 중 사고라 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전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수사권의 제약으로 초동수사가 불가능하고, 훈련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미군 훈련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운동본부와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故)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공동상임대표:홍근수, 한상렬 등)’ 등 관련 단체에서는 SOFA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이 아닌 전 조항에 걸친 전면적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지난 6일 한미당국은 SOFA의 운영 개선에 합의해 미군 범죄 발생 시 수사협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사무국장은 “이것으로 SOFA의 구조적 문제가 치유될 수 없으며, 광범위한 국민여론을 모아 정치권을 압박하고 실제 개정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재호(법학) 교수는 “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한 관할권을 군대 파견국이 가지는 것은 일반적이기 때문에 법적인 개정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은 공무수행 중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에 미군 사령관이 재판권을 가지는 것은 현행 조약 상으로 문제삼을 근거가 없다. 하지만 만약 미군부대가 미국 내에서 훈련도중 여중생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번 경우처럼 무죄가 됐을까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은 형평성의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은 분명 SOFA 개정과 미군, 미행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로 이어져야 한다. 박 교수는 “미국의 사법체계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채 사후노력과 운동이 일반적이고 정서적인 반미로 일관한다면 결국 미국의 논리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자칫 반미기류가 감정적으로 치우치게 될 경우 낳게 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월드컵 때 보여줬던 전국민의 힘이 일회적으로 그치지 않았듯 이번 여중생 사망 사건을 통해 모아진 국론이 조직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mail.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