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 배달호 분신사망 대책위원회 집행위원, 민주노총 조직국장 최재기씨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에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고 배달호 씨의 유서 중에서

분명 노동3권이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파업이 까다로운 법조항에 의해 불법행위로 규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측의 무분별한 가압류 신청이 대부분 법원에서 받아들여 짐으로써 작년 6월 39개 사업장 약 1천3백억원이었던 가압류 총 규모가 현재 59개 사업장 약 2천2백20억 규모로 늘어났다. 이에 고 배달호 씨의 분신자살사건은 현실에 불을 지르는 도화선이 되었다. 이와 관련 ‘고 배달호 분신사망 대책위원회’집행위원이자 민주노총 조직국장으로 있는 최재기 씨를 만났다.

■고 배달호 씨 분신자살사건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일단 노동탄압강화에 대한 저항의 표시라고 본다. 그동안 사용자 측은 노동자 측의 합법적인 파업을 불법행위로 몰아 탄압해왔다. 이러한 탄압에 대한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할 수 있다.

■고 배달호 씨 사건 처리와 관련해 현재 노사간에 어떠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가
아직 열사의 시신은 냉동차에 보관중이며, 분신자살 당시의 장소 역시 대책위에 의해 보존 중이다. 장례절차문제와 유족보상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협의중이다.

■그 외 노사관계문제에 관해서는 어떠한 협상이 진행중인가
현재 집중적으로 협상중인 것은 그동안의 파업에 대한 인정여부이다. 사측은 그동안의 파업기간에 대해 단지 50%만을 합법적인 파업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즉, 50%에 대해서는 결근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노동자측에 상당한 피해를 떠넘기는 것이므로 대책위 측이 절대불가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협상이 계속 결렬중이다.

“나도 매일같이 고민을 해본다. 두산의 노동조합 말살정책 분명히 드러나 있다. 얼마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
- 고 배달호 씨의 유서 중에서

■새로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법원을 신설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노동법과 같은 사회법에 대해 뚜렷한 주관은 커녕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조차 못하는 법관들이 대다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법원이 신설된다면 판사 임용에 마땅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손해배상 및 가압류와 관련된 문제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재 법적용에서 조차 자본주의적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사회법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이 절실하다. 특히 가압류는 행정적으로 집행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까닭에 노동자들의 피해만 나날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마땅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법개정이 우선으로 이뤄져야 하며, 현재 국회입법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공기업부터 가압류 신청을 철회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두산을 포함한 사기업 측에 가압류 신청을 철회하도록 간접적인 압력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

“동지들이여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기 바란다.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 바란다. 나는 항상 우리 민주광장에서 지켜 볼 것이다. 내가 없더라도 우리가족 보살펴 주기 바란다. 미안합니다.”
- 고 배달호 씨의 유서 중에서

현대 사회에서 자본주의적 논리는 무시하지 못할 동력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절대적인 가치까지 위협하는 전가의 보도여서는 안될 것이다.

전국대학신문기자연석회의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 배달호 씨의 미망인은 슬픔을 애써 감추며 담담하게 말했다.
“돌연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짓밟는 게 될 성싶은가요? 남편의 죽음을 통해 억울하고 힘든 처지의 노동자들이 주위에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모든 것이 해결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이상현 기자 leesh82@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