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호 사건을 통해 본 신노조탄압 진단

기자명 박명호 기자 (freshnblue@skku.edu)

지난 1월 9일, 두산중공업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분신자살한 채로 발견됐다. 그는 자살 당시 노조 활동으로 인한 회사측의 손해배상 명목으로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가압류 처분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유서에서 “6개월 이상 급여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급여를 받는 날에도 내게 돌아오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초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여러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로 인해 생활에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것이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에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는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는데, 특수한 경우에 한해 소수의 사업장에서만 발생하던 것이 최근 3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에 대해 가해지고 있는 손해배상 및 가압류의 규모는 59개 사업장 2천2백2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것이 노조 자체가 아닌 조합원 개개인에게 청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조합원 자신의 재산 및 급여가 압류됨은 물론 입사시 신원보증을 선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위원장 : 단병호) 박강우 정책국장은 “상당수 사업장의 노조 간부 및 일반 조합원들이 1인당 수천만원 이상의 손해배상 부담과 재산 가압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손해배상 및 가압류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어떤 연유에 의한 것인가. 이에 대해 박 정책국장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진 고통에 반발해 벌어진 파업이 불법으로 규정돼 가능한 것”이라며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파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합법적 파업일 경우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가 불가능하게 돼 있으나 필수 공익사업장, 직권중재, 조정전치주의 등의 제도가 파업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현행 노동법에 의거해 근로조건과 관련된 마찰로 인한 것을 제외한 모든 노동쟁의를 불법화돼 합법적 파업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민영화에 반발해 벌어진 발전노조 파업이 좋은 사례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열린 ‘신종 노동탄압 손해배상 가압류로 인한 노동기본권 제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대표 : 권영길) 인권위원회 김남준 변호사는 “쟁의행위에 대한 제한적 민사 면책규정 신설 및 쟁의로 인한 형사책임 면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그리고 민주노총 박 정책국장은 신원보증제도 폐지와 가압류 결정과정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노동쟁의로 인한 파업은 사회적인 압력 수단의 하나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부분의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되고, 이로 인해 각종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 합법적 파업을 막는 법률 폐지와 바람직한 노사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 등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