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한국 대학생의 사회참여 대립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생은 젊은 세대다. 젊은 세대가 갖는 열정이라는 속성은 사회적 상황이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열정이 공동체를 위해 건전하게 승화될 때, 건전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즉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는 동력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사회 구조·상황적인 요인들로 인해 대학생들의 탈정치화적 성향이 가속화돼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서울대학교에서는 Univoters와 서울대 총학생회가 한국 대학생의 정치적 역할과 의미를 주제로 공동기획한‘처음 만나는 세상, 다시 보는 세상!’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패널들은 대학생들의 탈정치화 성향에 대해 정치에 참여할만한 계기와 여건만 주어진다면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며, 그러한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현재의 탈정치화 성향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진단을 내렸다. 개혁국민정당(이하:개혁당) 학생위원회운영위원 윤범기 군은 “학사제도의 압박 및 취업준비의 난관 등은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만들었다”라며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정치에 관심을 가질만한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지 돌려놓을 수 있다. 정치라는 문제 자체를 대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가공하고 제공해주는 주체가 부족할 뿐이다”라며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정치사 변화에 따른 상황적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사회당학생위원회집행위원장 김영진 군은 작금의 현상을 상황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한계가 표현된 것으로 평가했다. 김 군은 “정치가 일상에서 유리돼있는 것이 문제다. 4년 혹은 5년마다 반복되는 선거만이 마치 이벤트처럼 대학생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전부인양 여겨지고 있다”라며 현실을 비판했다. 또한 고등교육에서부터 정치와 유리돼있는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구조를 지적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정치활동의 금지가 학칙에 명시돼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 사람의 자신으로 성장해 가는 동안 정치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대학생이 됐다고 해서 정치의식이 생기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 외에 국가보안법은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 현재의 20, 30대에게는 이러한 의식들이 내면화돼있고 이에 따라 스스로의 검열을 통해 정치참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 이렇게 정치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을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치 참여의 계기와 조건의 결여를 해소하는 것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한양대총학생회장신진수 군은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를 가진 제도나, 토론이 자유로운 공론 문화가 제도, 구조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생활 속의 정치를 강조했다. 정치 참여의 통로에 대한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희망적인 면이 보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참여할 통로만 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정치로 환기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였다. 또한 민주노동당고려대학생위원회위원장 김민재 군은 “정치에 참여할 판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이미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할 때 세상이 바뀌고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것이 현실로 되면 더 많은 참여가 유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당의 윤범기 군은 “정치에서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긍정적인 대안이 제시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의 경우, 제시된 대안이 현실적이라 평가돼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었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세워진 정부라는 좋은 실례를 남겼다.

정치를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우리와 정치와의 유리가 시작된다.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벽을 깨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통로와 공론화의 장 마련, 정치를 일상화하는 문화가 마련될 때 자발적인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경 기자 lajiel@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