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문제

기자명 박명호 기자 (freshnblue@skku.edu)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집회를 통해 말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의 주장을 말하고 뜻대로 관철시킬 권리가 있다. 그것은 헌법에 ‘집회 및 결사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장돼 있다. 그런데 하위 법령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막는 작용을 한다면 논의는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이하 : 집시법)이 그것인데, 이 법이 헌법에 보장된 자유권을 침해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일환(법) 교수는 “집시법은 기본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못하게 막고 이 법이 정해놓은 틀 속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려는 데 취지를 두고 있어 헌법 이념에 위배된다”고 말한다.

신고제를 가장한 사전허가제
얼마 전 경찰에서는 여중생범국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홍근수 등, 이하:범대위) 관계자들에게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범대위 측에서는 이를 거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경찰은 이것을 신고하지 않은 불법집회로 간주, 회견장을 강제진압하고 관계자 전원을 연행했다. 이에 대해 김명수 상황실 간사는 “경찰이 집시법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며 “법규의 해석에 객관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사례에서 문제가 된 집시법의 조항은 무엇인가.

현행 집시법 규정에 따르면 집회 및 시위는 신고제로 운영되지만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공의 안녕질서라는 것이 불확실한 범위로 인해 법 해석을 신축적으로 할 수 있어 사실상의 사전허가제로 변질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사회진보연대 김준범 편집부장은 “사람들의 관심이 큰 집회의 경우 함부로 금지하지 못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신고해도 반려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신고제로 바뀐 후에도 허가제와 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경찰에서는 한 장소에서 두 단체 이상이 동시에 시위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는데, 이것을 악용해 관변단체나 이름만 존재하는 단체 등에서 미리 신고한 후 정작 실제 집회를 열지 않아 집회 자체를 막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경찰에서 다른 단체에게 집회를 하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집회와 시위를 막는 여러 조항들
현재 이라크전 파병을 둘러싸고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파병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특정 장소 1백미터 내에서 집회가 불허되는 현행 집시법 규정으로 집회가 경찰에 의해 강제 진압당했다. 이처럼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헌법재판소 등 각급법원 △각국 외교기관 △고위 공직자 공관 △정부 청사 등의 장소의 경우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미터 내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불가능하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점을 가장 문제삼고 있는데, 각국 대사관과 관련없는 집회마저 불허함으로써 이 조항을 준수하게 되면 집회의 시위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부 청사나 각국 대사관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 집회를 개최하는 것이 힘들게 돼 있다.

이와 관련 김 부장은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집회를 할 수 있지만 경찰 버스 여러 대가 주위를 봉쇄하므로 보이지 않고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또한 교통소통을 위해 주요도로에서 행진을 금지할 수 있는데, 주요도로의 범위가 너무 넓어 행진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서울시내 도로가 주요도로로 지정돼 집회가 금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집회를 하면서 행진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한데 앰프 출력까지 규제하면서 도로마저 막는 것은 집회의 효과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국민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런 헌법 이념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집시법이 존재해야 할 가치는 적어 보인다. 적어도 자유로운 집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라도 개정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