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이라크전 보도형태에 부쳐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최근의 가장 뜨거운 논쟁 주제는 이라크 전쟁이다. 이라크 전쟁은 경제 전쟁이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전쟁이기 때문에 더욱 더 세간의 관심을 모은다. 그렇다면 이라크 전쟁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는가. 단순해 보이지만 이는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다름아닌 이와 관련한 언론매체들의 보도태도 때문이다.

지난 2일 오전 11시,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는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전국대학신문기자연석회의 △전국대학영자지기자연합 등이 주최하고 그 소속 단위사들의 편집장들이 일부 참석한 가운데 조선·중앙·동아일보(이하 : 조중동)의 이라크 전 보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고대신문사 김희선 편집장은 “도덕적 명분과 합법적 근거 없는 전쟁에 반대해 세계 곳곳에서는 평화를 사랑하는 수백만의 시민들이 전쟁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며 “시대의 양심이자 거울이어야 할 언론이 오히려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언론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은 게임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전쟁은 무엇인가.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은 비단 조중동을 비롯한 인쇄매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거의 모든 영상·인쇄 매체들이 현재 이라크 전쟁 보도와 관련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 민언련)은 얼마 전 발표한 모니터자료를 통해 조중동을 비롯한 인쇄매체 뿐 아니라 방송3사들까지 미국의 화력, 침투요소 부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정작 사람들이 알아야 할 전쟁의 참상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무기홍보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기사들이 연이어 지면을 장식했으며, 방송의 경우 폭격이 이뤄지는 실제상황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하는데 반해 구체적인 피해규모와 같은 전쟁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축소해 보도하는 등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미국적, 너무나 미국적인
게다가 현재 보도는 편향적 시각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문제가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언련 이광인 간사는 “언론들은 후세인 제거를 공공연히 말하고, ‘이라크군 어디갔나’라는 표현을 전면적으로 사용하는 등, 미국에 유리한 보도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하고, “또한 바그다드 입성은 시간문제이며, 바스라가 이미 함락됐다는 오보까지 양산하는 등 CNN과 같은 미국 언론들의 보도만을 인용하면서 때로는 침공의 관점에서 전쟁 양상을 보도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반면 이에 저항하는 이라크 민병대에 대해서는 ‘게릴라’로 묘사하고 이라크의 무기사용과 국제사회의 반이라크 여론을 결부시켜 보도하는 등 이미 형평성을 잃었다”며 미디어의 편향적인 보도태도를 우려했다.

한편 백선기(신방) 교수는 “실제 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의 경우 이번 전쟁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로 CNN의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그러나 이에 비해 우리 언론들은 여전히 알자지라의 보도보다는 CNN의 보도만을 우선시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자지라의 보도를 인용한 이후 개전 초기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 으로 다뤄지던 보도행태가 이라크의 공식 입장이나 바그다드의 상황을 포함해 보도되는 등 양 측의 입장을 균형있게 다루는 방향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일방적인 자세를 지양할 수 있는 언론의 모습이 아쉽다. 또한 권력과 힘의 논리에 저항해 인권과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 그들의 소임이자 보도의 기본정신임을 잊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상현 기자 leesh82@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