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실태 점검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지도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미군은 지난 2000년도까지 전국 약 백여 개의 기지에 약 3만6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렇게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기지의 주변에는 그들을 대상으로 형성되는 상권인 기지촌이 함께 양산됐다. 그동안 기지촌은 미국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의 이중 통제를 받으며, 공창의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우리나라 정부는 미군을 위해 기지촌 여성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성병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기지촌 포주들의 불법적 행위도 사실상 묵인해 왔다. 또한 미군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안전의 보장을 위해 주둔 지역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의 논란을 무시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한미군 기지촌의 시작은 지난 1945년 우리나라의 해방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 기지촌에는 빈곤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유입됐으며, 점차 기지촌에 의존하는 상권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전국에 흩어진 미국의 주력부대를 따라 전국 곳곳에 기지촌이 형성됐다. 이 당시 기지촌에서 매매춘을 통해 여성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닉슨 독트린’이 발표되자 1971년에 약 2만여 명의 미군이 감축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더 이상의 감축을 막기 위해 미국의 요구에 따라 기지촌정화사업을 시작했다. 전국의 기지촌에 성병진료소를 세우고 성병진료를 매주 실시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한 매춘을 위한 노력은 물론, 미군을 상대할 때의 에티켓과 행동 등도 교육받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미군을 편의를 위한 것이었을 뿐, 기지촌여성들의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정부의 관리와 개입으로 인해 기지촌의 성매매는 공창의 성격을 띄게 됐다. 최근 90년대 중반 기지촌에 외국인여성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필리핀 여성들로부터 시작된 외국인여성들의 기지촌 유입은, 미군 범죄로 인해 높아진 국내 반미감정과 경기 침체로 인해 우리나라 여성들이 기지촌을 기피하면서 매매춘 여성 공급의 새로운 돌파구로써 시도된 것이다. 이와 관련 두레방(원장:유영님) 정혜진 간사는 “정부와 한국특수관광업협회는 그녀들이 매매춘을 위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알면서도 비자를 허용해준다. 그녀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에 비해 낮은 급여는 물론, 자국이나 우리나라의 정부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얻을 수 없을뿐더러 가족이나 친구도 없기 때문에 외국인여성들의 인권 침해가 심히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지촌 여성들은 언제나 미군으로부터의 심각한 범죄 위협에 노출돼 있다. 지난 92년에 윤금이씨가 케네스 마클 이병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비롯해 지난 2000년에 의정부에서 발생한 서정만씨 살해사건 까지 기지촌을 중심으로 미군범죄의 대부분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미군들은 지난 98년까지 3만9천4백52건의 범죄를 일으키고도 단지 234건의 재판을 받았을 뿐이다. 이는 지난 1967년 한미간에 체결된 SOFA가 미군이 관계된 범죄의 사법권을 미국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지촌여성에 대한 미군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강대국의 군인이라는 것과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매춘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한편 기지촌여성과 미군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동의 경우 피부색과 어머니의 직업으로 인해 편견과 차별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최근에는 외국인매춘여성의 아동들이 무국적자로서 교육은 물론이고 의료혜택도 받을 수 없는 극도로 소외된 상태에 놓여있어 문제가 되고있다.

이러한 기지촌 문제의 원인에 대해 김 대표는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대상으로만 기지촌여성을 바라보는 편견이 이러한 범죄가 계속되도록 만드는 이유”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부와 미군은 공식적으로는 매매춘을 금하면서도 기지촌에서만은 성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기지촌여성들은 빚에 얽매어 있으면서 미군 범죄에 계속 희생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현백(사학) 교수는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해 근본적으로 매매춘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 간사는 “미군이 주둔해 있는 모든 나라에 기지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고 말했다. 암묵적인 국가의 동의가 있는 만큼 기지촌문제는 답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미군의 요구에 의해 형성된 기지촌과 그로 인해 희생되고 있는 여성들의 인권 문제와 혼혈 아동 문제는 우리 정부와 미국 모두의 책임이다. 앞으로의 한미 관계에 있어 우리 정부가 얼만큼의 의지를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은경 기자 lajiel@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