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윤모군의 자살을 통해 본 동성애자의 인권 실태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6일 오후 3시에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동성애자인권연대(대표:정욜, 이하:동인련) 사무실에서 윤모군(19)이 출입문 손잡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겨울부터 동인련의 회원으로 활동했던 故윤모군은 그의 유서를 통해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이고 반인류적인지...”라고 말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그를 죽음으로까지 이끌었음을 짐작케 했다. 동인련의 사무국장인 고승우 씨는 “사무실에서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많이 위축되고, 어두운 분위기가 형성돼 당분간 사무실을 닫았다. 갑작스레 그가 우리 곁을 떠나서 충격이 크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이러한 동성애자의 죽음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98년에도 동인련의 회원이었던 오모씨가 사무실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또한 그동안 두 고인 외에도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이름 없이 자살을 해왔다. 고 사무국장은 이러한 동성애자들의 자살에 대해 “명백한‘사회적 타살’이다.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조장된 것이며 더 이상 반복된 죽음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우리 사회가 성 담론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성애자들의 성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성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동성애자들이 공개적으로 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이런 현실에서 동성애자임이 타인에 의해(outing) 밝혀지거나 또는 스스로(coming out) 밝힌다는 것은 동성애자들에게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게 한다. 이에 대해 고 사무국장은 “이전까지의 삶을 묻어버려야 함을 의미하며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 그간의 이익이나 기득권들까지도 모두 포기해야 하는 큰 모험이자 결단”이라고 말한다.

한편 동성애자 인권의 경우, 다른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와 달리 억압이나 차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갖는다. 장애인은 장애가 드러나고 이주노동자도 외국인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동성애자가 커밍 아웃을 하지 않는 이상은 여타의 이성애자들처럼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뭔가를 하려해도 자신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차별을 감수해야하는 동성애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 내에서 동성애자들의 모임이 활발해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자유로운 특성 때문인지 활동적이고 거리낌없는 활동들이 펼쳐져 거의 모든 대학 내에 동정애자 모임이 존재한다. 특히 서울대학교 동성애자모임인 ‘마음005’는 중앙 동아리로도 인준을 받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마음 005’의 주홍섭(기계항공공학부 00)군은 “지난 1995년에 학내 성적소수자의 쉼터와 친목, 그리고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위해 ‘마음 001’로 시작하게 됐다”며 “지난 99년에 정식 동아리로 인준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현재도 학내에 동성애자들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있지만 고려대학교의 ‘사람과사람’ 연세대학교의 ‘컴투게더’를 비롯한 타대 동성애자 모임들과 연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 하나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동성애자 인권 문제는 큰 진전을 보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동성애자 인권 단체들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서 동성애 조항을 삭제하도록 요구해왔으며 지난 4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유승일)는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이승희)에 이러한 내용을 권고하기로 결정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동성애자연합 박수진 간사는 “최근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김기수)의 동성애 혐오 유포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유재천)에 기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차이와 차별은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에서는 차이가 곧 차별로 이어진다. 동성애자들의 차별 받지 않을 권리는 대중들이 왜곡된 사회의 시각으로부터 독립해 차이를 차이로만 인식할 수 있을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경 기자 lajiel@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