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미스코리아대회의 과거와 현재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1999년 5월 15일 안티미스코리아페스티벌이 페미니즘 저널인 ‘이프’의 주최로 처음 열렸다. 이 행사는 미스코리아대회의 이면에 감춰진 사회적 메커니즘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기획됐다. 이와 관련 안티미스코리아 기획자 김혜련 씨는 “육체로 인식되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의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다 ”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1회와 2회의 타이틀은‘If you are free!’,‘If you are free size!’로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해 다뤘다. 여성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미스코리아의 몸매를 이상적으로 그려 조장하는 매스미디어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혐오 및 좌절을 갖게 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퍼포먼스 등을 통해 나타냈다.

이렇게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다루던 안티미스코리아는 미스코리아대회의 공중파 퇴출을 기점으로 사회적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3, 4 ,5회는 직업, 운동, 전쟁 등 전회들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변화를 보였다. 이런 주제의 확장은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사회를 비춰 행사의 큰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안티미스코리아는 여성에게 행해지는 일상적인 폭력에 관해 축제의 형식을 빌어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참가자인 장강혜령(사과1) 양은 “여성들은 자신의 성 때문에 발생하는 불합리함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안티미스코리아 행사를 통해 이것을 외부로 표출하고 공감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페미니즘하면 떠올리는 부정적 선입견과 달리 문화적으로 여성문제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 거부감을 덜었다. 이런 면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나 관람객들이 페미니즘에 전문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면에서 잘 드러난다.

이와 관련 장이향심 총여학생회 회장은 “문제 의식이 있으면서도 자신이 페미니스트이라기엔 부족하다고 여기는 여성이 많다”며 “이는 페미니스트는 이론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해 이 행사가 여성들로 하여금 페미니즘에 대해 쉽게 접근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이 행사는 자체의 새로움으로 인해 매회 많은 언론에서 보도했지만 보도태도는 아직 미비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의 보도내용은 대부분 피상적이거나 호기심위주의 단순보도에만 그쳐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한 것으로 비춰졌다. 올해의 경우에도 “오!피스코리아”라는 주제가 주는 메세지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백지영이라는 이슈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 흥미 위주의 보도가 많았다. 이와 관련 장강 양은 “매회 유명인이나 특이한 사람 위주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언론의 보도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취지나 내용도 쉽게 곡해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정기선 여성학강사는“사회 전반이 가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사고가 이 행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조장하기 쉽다”고 말해 우리사회 전반에 팽배한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안티미스코리아 내부에서 제기된 비판을 쉽게 공론화 시키지 못하는 점도 이러한 맥락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기 앞서 안티미스코리아 내부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매년 큰 변화 없이 비슷한 패턴으로 행사를 진행시키는 등 현 상황에 안주하려는 태도가 그것이다. 또한 이런 외부적인 비판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점도 앞으로의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안티미스코리아는 지금 안티를 넘어선 여성과 사회, 페미니즘 사이의 소통구 역할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발전단계이기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

문제는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 폄하나 무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신 사회적으로 깊이 있는 성찰과 애정 어린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안티미스코리아가 진정한 여성의 축제로 자리잡는데 있어 사회적 시선의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영 기자 wldud3047@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