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스케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상상할 수 있어?”
문규현 신부의 형으로 삼보일배 행렬을 따라 도보수행 중인 문정현 신부가 기자에게 되물었다.
“서울까지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충청도만 가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충청도, 경기도를 지나 서울까지 오다니.. 참 대단해..무려 300킬로미터를 넘게 걸어온거야.. ”
과연 무엇이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는가?


오후 2시 30분 신촌로터리 부근, 전북 새만금 갯벌에서 세 번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를 시작한지 어느덧 62일째,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네 성직자의 얼굴은 그동안의 고행으로 상당히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삼보일배는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하는데 대해 ‘자연에게 용서를 빌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3월 28일 시작되었다.

“밥을 한번도 사먹은 적이 없어. 아침은 원불교 교당에서 점심은 절에서 저녁은 교회에서 먹고 그랬지. 허허” 삼보일배 행렬이 서울에 오기까지는 무엇보다 여러 시민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문 신부는 말한다. 실제로 연중 최고기온을 기록하리라는 예보가 있었던 이날,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4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3시 반 이대입구 역 사거리, “온 세상에 생명 평화와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박인영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간사의 함성과 함께 삼보일배가 다시 시작되었다.

“4개종단이 함께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인상적이지 않나요?” 국제민주연대에서 왔다는 변연식 씨는 지쳐보였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근본적인 가치가 이긴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나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당행사에 맞춰 수행에 참여했다는 김해근 민주노동당 인터넷위원장은 “어차피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이 역시 설득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정성으로 촉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주부라는 한 여성은 “개발의 논리에 밀려 마포구에 있던 3만평의 녹지가 이젠 성미산만 남았다”며 “이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벌목된 나무로 만든 나무 조각에 성미산의 산새를 그려 목걸이를 만들어 왔다는 그는 이날 네 성직자들의 목에 직접 이를 걸어주기도 했다.

4시 50분 아현 교차로 인근 언덕의 한 공원에 다다르는 것으로 하루의 일정이 끝났다.
“정부가 결단을 내릴 때입니다. 좀 더 크게 바라봐야 해요. 새만금을 죽이지 않고도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분명 있습니다.” 박 간사는 “개발지상주의를 끊어 버리고 상생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새만금 간척사업은 그 찬반이 첨예하게 갈라선 상태다. 원불교 여의지구에서 왔다는 한 중년 여성은 생명의 가치를 연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을 맺었다.
“자기 고행을 통해 그동안 사라져갔고 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생명들에게 참회를 해야 돼요. 자기 생명이 귀한 줄 안다면 다른 생명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이상현 기자 leesh82@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