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사회 마/주/보/기①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요즘 네티즌은 정치평론에 아주 능숙하다. 네티즌이 많이 모이는 게시판에 가보면 제도정치에 대한 비평에 있어 전문가 못지 않은 필치를 자랑한다. 특히 이들은 공통적으로 언론 민주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흔히 ‘조중동’이라 불리는 제도언론은 매일매일 날카로운 비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을 보면 우리 인터넷 표현의 자유는 상당히 잘 보장되어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대학생은 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계층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계층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2001년 8월 ‘엑스존’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었다. 동성애 사이트라는 이유에서였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인터넷등급이 표시되어 차단소프트웨어가 설치된 학교와 PC방에서 차단당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이 땅 청소년을 위해 헌신하는 것일까? 하지만 2001년 6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자퇴한 청소년들의 커뮤니티인 ‘아이노스쿨’을 폐쇄했다. 자퇴 청소년이 학교에 너무 비판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검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인터넷을 열렬하게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관심사 밖에 있었다. 대학생에게는 폐쇄당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또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이나 동성애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들에게 커뮤니티나 사이트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인터넷이 아니면 자신과 생각이 같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커뮤니티와 사이트에는 각별한 애정과 각별한 공력이 들어간다. 쉽게 또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사이트를 차단하고 폐쇄하는 것은 소수자의 입을 막는 행위이자 세상 바깥을 출입하는 발을 잘라내는 것과 같다.

요즘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인기사이트에 가보면 팬클럽 여성청소년을 ‘빠순이’라 부르며 비하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하지만 적어도 인터넷 민주화에 관한 한 이들만큼 격렬히 싸웠던 이들이 없다. 2000년 정부가 인터넷등급제를 시행하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팬클럽 팬픽이 문제된 적이 있었다. 동성애적이고 외설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빠순이’들은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몰려가 항의했고 사회단체가 주최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위에도 참석했다. H.O.T 팬이건 G.O.D 팬이건 ‘연대’를 외치며 자신들의 창작물인 ‘팬픽’과 사이트를 지키기 위해 결사적이었다. 이들이 결사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감히 ‘빠순이’라 폄하할 수 없으리라.

엑스존은 만2년째 인터넷등급제에 저항하며 법정에서 투쟁중이다. 오는 9월 2일 엑스존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 열린다. 지금 엑스존의 투쟁에는 동성애자들만이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승리한다면 그 결과는 모든 사람이 누릴 것이다.

인터넷 민주화에 대한 관심은 곧 우리 사회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드러낸다. 당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대한민국 인터넷 표현의 자유는 소수자와 약사의 결사적인 투쟁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정치평론과 ‘조중동’에 대한 비평은 화려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