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사회 마/주/보/기②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사회라는 큰 테두리는 고사하고 당장 우리가 속한 대학 내의 모순들에 대해서조차 무관심한 것이 현재 대학가의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대학생들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고자 했습니다.  편집자주

아직 홍수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평소 ‘인권’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유관학문을 공부할 때는 물론이고, 언론을 통해서도 그렇습니다. 요즘에는 오락프로그램까지 외국인노동자 인권이니 청소년 인권이니 하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인권운동가로서 반갑기도 하지만, 공허한 무엇이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대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현실속에는 “어떤 인권문제가 있나”를 묻곤 합니다. 이럴때마다 많은 대답이 쏟아져나옵니다. 예의 외국인노동자, 청소년, 매매춘 여성,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여러 인권문제에 대해 빠짐없이 골고루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인권문제, 자신이 속한 삶의 공간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습니다. 중학생들도 두발이니 교복이니 학칙이니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말입니다.

대학을 떠난지 좀 되어서 저는 지금 우리 대학에 어떤 인권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모릅니다. 그저 미루어 짐작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이 10, 20년 동안 급격히 변했을 리 없으니, 제가 겪었던 문제는 그대로겠지요. 교수와 학생사이의 관계가 정당한 인격적 만남이기보다는 오로지 위계에 의한 억압적 관계였다든지, 조교나 대학원생들이 낮은 임금에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 시간강사나 청소 등의 일을 하는 비정규직의 문제라든지 하는 것들도 그렇고 대학의 시설들이 장애인이 접근하기 곤혹스럽다든가 하는 문제도 그대로 이겠지요. 대학당국의 서비스라든지, 등록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겠지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봐도 그렇습니다. 하물며 대학이란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들이 직접 겪고 느낀 문제는 더 많겠지요.

언급조차 않으니, 대학에서 인권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될 리도 없겠지요. 대학공간은 정말이지 인권운동의 무풍지대인 것 같습니다. 어느 학교에나 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총학생회에 설치된 인권위원회 같은 곳을 들여다보면 그 활동은 어김없이 국가보안법이나 양심수 문제 따위에 국한됩니다. 국가보안법이 이론의 여지없는 파쇼악법인 것 분명하지만, 자신의 인권문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인권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들이 전체 민족의 문제, 전체 민중의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종의 허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처지이든 사람이 자기 인권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성찰하고,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대학생들이 헌법의 기본권 조항들과 세계인권선언을 읽어보고, 자신이 속한 공간이 인권의 기준에 비추어 얼만큼이나 인권친화적인지를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인권이란 가치를 들이밀지 않고, 시장판의 뻔한 장사속으로 보더라도 ‘돈을 낸만큼의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은 거기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에서의 인권운동, 대학생의 인권운동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