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반전운동

기자명 박명호 기자 (freshnblue@skku.edu)

지난 2월 15일, 전세계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국제반전공동행동’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라크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 이라크가 다량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전쟁을 준비중에 있었다. 전세계 대중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던 이라크를 향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각국에서 벌였는데, 참여한 사람의 수는 전세계 70여개국 수천만명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병력을 파병하고자 하는 문제로 인해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파병반대 운동을 벌였다. 이와 같이 전세계의 반전 여론이 높았으나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한 채 이라크를 공격했고, 3주만에 미국은 이라크의 전 영토를 점령한 후 승전 선언을 했다. 우리나라 역시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국민의 반 이상이 파병에 반대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파병 반대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으나 국회가 파병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반전 운동은 한풀 꺾여 버린 듯 했다.

반전운동,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현재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승전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하루에 한 명 꼴로 사망하는 등 미군에 저항하는 게릴라들의 활동이 커지면서 이 승전은 비틀어지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 역시 “8백7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 예상된다”며 각국에 이라크에 대한 추가적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가 파병 요청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정부 역시 최소 3천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할 것을 미국 정부에서 요청받았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지난번 파병 논란에 이어 국회에서 다시 이 문제와 관련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라크전 추가 파병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합동청사 앞에서 열린 ‘3백61개 시민사회단체 합동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기자회견’에서 홍근수 목사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쟁은 불의한 전쟁이며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미군 대신 이라크에서 총알받이로 우리나라 청년들을 내몰 순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들은 현재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의료 및 공병부대의 철수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오는 27일에는 지난 2월 15일에 이어 전세계 70여개국에서 다시 한번 ‘9·27 국제반전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반전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국제반전행동조직위원회(이하 : 조직위)가 결성됐으며, 19일 현재 3백30개 단체와 3천4백여명의 개인이 조직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전공동행동 집회가 열리는 27일은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항쟁(인티파다)을 다짐한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반전운동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중지 역시 주요 이슈로 강조하고 있다. 조직위 측은 “이스라엘을 통한 중동의 주변국을 탄압하는 것이 미국의 중동지역 패권 유지 전략의 하나”라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반전운동의 재점화를 향해
그렇다면 미국의 파병 요구와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충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반전운동은 어떤 의의를 가질 수 있는가. 조직위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권씨는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면 전쟁반대를 위한 행동에 동참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쟁에 대한 억지력을 갖고 있는 이들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아닌 전쟁에 반대하는 대중적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반전운동가들은 지난 이라크전 발발 당시의 반전운동을 실패했다고 보지 않으며, 시민사회의 반전 여론의 힘을 드러낸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에 보여줬던 반전여론을 오는 27일에 열릴 국제반전공동행동에서 다시금 점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반전 열기가 이어져 과연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와 전쟁반대의 성과를 거둘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