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근거보다 전쟁의 잔인함, 북의 위협 강조

기자명 이경미 기자 (icechoux@skku.edu)

국가보안법(이하:국보법)은 그 동안 꾸준히 개정 혹은 폐지 주장이 있어왔던 법안으로 최근에는 기존의 인권 침해 및 정권 유지 목적의 악용에 대한 문제제기 뿐 아니라 남북 화해와 협력에도 장애가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휴전중인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여 국보법을 현행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그 논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전략연구소 여영무 소장은 “북한 정권의 존재 목적은 남한을 공산화하는 것”이라며 “자유 민주 국가인 우리의 체제 보호를 위해 국보법은 개정되거나 폐지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독소 조항으로 거론되는 7조 찬양 고무 등에 관한 법률의 주요 내용은 제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정·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서 과잉해석으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국보법 개정·폐지론측의 논리이다. 그러나 자유시민연대 임광규 상임대표는 “실질적인 폭행행위가 없어도 국가안보에 현존하고도 명백한 위협이라면 처벌해야 한다”며 “언론이나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7조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10조 불고지죄 조항은 형법으로 처벌 가능한 범인은닉죄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강요한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이와 관련 임 대표는 “미국 역시 국가안전법에 신고의무를 두고 있다”며 “7조와 10조는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손색없는 법조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9조 2항과 같이 법안에 ‘기타’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법이 명확하지 않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데 대해서는 “법에 ‘기타’는 없다”고 부정하면서도 “‘기타’라는 용어는 인간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법으로 명시된 9조 2항에는 ‘기타 재산상의 이익’,‘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자’라는 구문이 포함돼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정권 유지를 위한 국보법의 오·남용문제 및 인권 침해 소지에 대해 임 대표는 “기득권 계층은 국가보안법 뿐만 아니라 모든 법을 정권 유지를 위해 악용할 수 있으니 감시를 철저히 해야지 법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며 “4천5백만 국민의 인권을 위협하는 자들의 인권까지 보장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남북교류협력법과 모순된다는 주장에 대해 여 소장은 “남북교류협력법이 국보법보다 후에 생긴 법으로 법 원칙에 따라 허가만 받는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1993년 헌법재판소는 두 법이 ‘입법목적과 규제대상을 달리하고 있어 형법상 신법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해 어떤 행위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행정당국의 판단’인 현실에서는 여전히 문제의 소지가 남아있다.

국보법의 현행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통일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이뤄져야 하며 우리가 아직 휴전중임을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휴전중임을 이유로 인권과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국보법의 오남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에서 “대한민국 사람 중 국보법으로 불편을 겪은 사람은 없다”는 임 대표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이다.